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은 세 번째 단독 회동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를 통해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건전한 경쟁과 정보 교류 등을 이끌어내 국내 4대 그룹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초 정 수석부회장이 충남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최 회장과 만나 배터리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현재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전동차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혁신을 추진 중이다. 전동차의 핵심인 배터리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잇따라 국내 최고이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3사 수장들을 만난 배경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총량은 LG화학이 누적 점유율 24.2%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SDI가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글로벌 7위 자리에 올라 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의 만남으로 양사의 협업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부터 양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입찰을 거쳐 약 5년간 10조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하반기에 발주될 현대차 E-GMP의 3차 물량 수주도 참여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공식적인 전기차 배터리 협업 강화를 위한 행보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신뢰도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현대차는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수요 급증과 제품의 신뢰를 바탕으로 코로나19에도 이 부문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2만4116대) 순수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도 지난 5월 150만대를 넘어서며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현대차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맹을 바탕으로 한 발 더 성장하기 위해 주력한다. 현대차의 경우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시장에서 세계 3위권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