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 원장은 "참고인 조사, 피고인 조사 때 받았던 질문을 중심으로 기소 우려를 판단할 수 밖에 없고 그 범위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 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148조에는 '자기가 공소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해 한 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피의자로 전환시켰으며 그 뒤에도 계속 한 원장을 피의자로 유지한 채 사건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 증언거부권의 배경이다. 한 원장은 "피의자 증인은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다"라며 검찰이 참고인을 손쉽게 피의자로 전환하듯이 손쉽게 피고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번 재판에 불출석사유와 함께 증언거부권을 전달했다"며 "오랜 재판 경험으로 적절한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만 두 가지 점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한 원장은 "재판부가 본 것은 검사의 질문사항이었을 뿐이고, 저의 참고인조서나 피의자조서를 포함한 검사가 보유한 다른 증거를 확인하고 검토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가 기소우려가 없는 부분이라 판단하더라도 그 판단은 검사를 구속할 수 없습니다.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영역이다"라고 했다.
검찰 조사 당시부터 광범위하게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 한 원장은 "저는 피의자라고 하지만, 대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검사는 피의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채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광범위하게 질문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여전히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고 있으며 법정 증언 내용에 따라 언제든 사건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장관 딸의 인턴십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 고발장이 접수가 돼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했다"며 "그런데 서명날인을 거부해 진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는데 그분도 진술을 거부했다"며 "그러면 대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라는 말이냐. 저희가 처분할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소제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검찰의 해명은 다소 부적절하다는 게 변호인의 반박이다. 한 원장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소주제가 나오는데 가장 큰 쟁점은 ▲ 2009년 정 교수의 딸 조씨의 인턴십 상세한 자료 등 ▲ 정 교수의 아들에 대한 내용 ▲ 사무국장과의 소통 등이 기재됐다는 것.
변호인은 "이때 조사 받은 피의사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사 소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 원장이 진술을 거부하자, 정 교수 측은 "피고인과 상의해 한인섭의 조서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한 원장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한 원장은 약 42분 만에 귀가했다.
한인섭 원장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수장이다. 국회가 제정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법'에 따라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이며 검사들도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정식 국가기관의 수장까지 검찰이 멋대로 피의자로 전환시킨 뒤 사건을 종결시키지도 않고 질질 끌고 있는 것은 그 목적이 의심스러운 행동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