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재판부는 "권력형 범행이라는 증거가 제출되지는 않았다"라고 분명히 해 이 사건을 '신종 권력형 범죄'라고 했던 검찰을 에둘러 질타했다. 애초 "증거는 차고 넘친다"던 검찰이 관련 증거들을 내지 못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또 정 교수와 조씨 사이에 오간 금전거래가 '투자'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꾸기문자' '강남건물주' 등 문자들만으로는 '투자'라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코링크PE 실소유주는 누구?... 재판부의 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조범동씨에 대해 '최종의사 결정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실소유주'라는 판단이 아닌 외형상 '결정'을 해왔다고 판단했다. 실소유주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유보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익성 상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 코링크 설립 이후 블루펀드가 웰스씨앤티를 거쳐서 익성 임원들에 의해 설립된 IFM(익성 펑셔널 메테리얼)에 투자된 사실 등을 들어 사실상 익성이 '실소유주'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판부는 익성 이모 회장이 코링크PE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그의 아들이 경영 수업 일환으로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등 코링크PE는 물론 WFM에 대해서도 익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특히 영어교육업체였던 WFM을 인수해 익성의 자회사인 2차 전지 업체 IFM과 합병하는 과정은 '익성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익성과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코링크PE 내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고 투자와 자금, 인사 전반을 총괄하는 지위였다는 것이 대부분 증인들의 진술"이라며 "피고인은 코링크PE 대주주이자 코링크PE를 통해 WFM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이고, 사내 의사결정을 공동으로든 단독으로든 참여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같은 판단은 익성의 임원들이 대표 등의 직함을 사용하긴 했지만 실제로 코링크PE에 재직이나 등재를 하지 않은 채 관여했다는 점이나 애초 공소사실에 '익성'이 공범으로 포함이 안 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이른바 '조국 사태' 초기만 해도 검찰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정 교수를 지목하며 5촌 조카 조씨는 정 교수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정경심 실소유주설'은 슬며시 '조범동 실소유주설'로 바뀌었고, 한때 '실소유주'였던 정 교수는 '공범'으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검찰이 내놓은 정 교수가 동생 정모씨, 조 전 장관 등 주변인들과 한 문자메시지가 전부였다.
"문자만으론 투자로 볼 수 없어"... 망신주기 이상의 의미 없었던 '문자'
조씨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정 교수와 조씨간 금전거래가 '투자'인지 '대여'인지 여부였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5년 12월 자신의 이름으로 5억원, 2017년 2월에는 동생 정모씨 이름으로 5억원 등 총 10억원을 코링크PE에 투자한 뒤 이에 대한 수익을 보전받기 위해 WFM과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고 총 1억5000만원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횡령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경심은 일정한 수익금 이자율을 반환하는 것 외에 어떠한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관심이 없었다"며 "정 교수의 동생 정모씨의 계약서 표현이나 정 교수에게 보낸 문자에서 좋은 수익 돌아간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조범동이 원금 잘 돌려줄 수 있도록 했다는 사정들이 자금이 '투자'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조범동과 당사자가 의도했던 법률관계는 금전소비대차와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유상증자나 컨설팅계약 외관을 취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핵심증거라고 제시한 것들이라고는 문자메시지가 전부였는데 그것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향후 '부실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