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꿈을 꾸는 한국폴리텍대학 학생들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더는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다. 대면 수업 전환에 따라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새내기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고용 충격 등 사회에서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쌓아가겠다는 의지도 학생들에게서 엿보인다. 독특한 새내기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캠퍼스에도 활기가 돋는다.
21일 폴리텍대학에 따르면, 박상현(29, 남) 씨는 2016년 중국 국립 종합대학 칭화대(Tsinghua University)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2년간 ‘주 광저우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행정원으로 근무했다. 주로 중국 경제 통상 분야 자료 수집과 정세 분석, 보고서 작성을 담당했다. 4차 산업 관련 조사를 맡으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갔으나, “인문계 전공자인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라고 느꼈다.
귀국 후 어학 실력을 발판 삼아 해외 영업․마케팅 분야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1년 2개월간 ‘취업 준비생’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폴리텍대 분당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 융합 SW(소프트웨어)과(10개월 과정) 모집 정보를 알게 됐다. 지원 자격에 있던 ‘대학 전공 무관’이란 글자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송명진(28, 여) 씨는 교사에서 학생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송 씨는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 학사와 기계 금속 교육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 후 진주기계공고 기계․금속 교사로 재직하다, 휴직 후 폴리텍대 항공캠퍼스 항공정비과(2년제 학위 과정) 입학을 선택했다. 국내 항공산업 중심지 경남에서 ‘항공 전문교사’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에서다.
동료 교사 중 전문대학에 재입학한 사례가 없다는 송 씨. 그는 “대학 전공과 연계해 항공기 기체, 엔진, 전기 전반에 걸쳐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폴리텍대를 선택했다”며, “내비게이션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듯, 배우는 입장에 서니 놓쳤던 지식과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재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송 씨는 “항공산업기사와 항공정비사 면장도 취득해 교육 연구와 경력 개발도 게을리하고 싶지 않다”며, 폴리텍대 졸업 후에는 교직에 돌아가 “우리나라 제일의 항공 전문 교사가 되고 싶다. 또 글로벌 정비 인증 자격 취득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강효진(30, 여) 씨는 종자 연구원으로 일하다 올해 3월, 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바이오식품분석과(2년제 학위과정) 새내기가 되었다.
강 씨는 경북대 식물자원환경과 졸업을 앞두고 2년간 공무원 시험에 몰두했다. 녹록지 않았던 수험 생활과 졸업을 하고 농협 계열사 ‘농우바이오’에 입사했다. 옥수수 작물 재배, 종자 연구를 담당하는 프로젝트팀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했다.
사내에서 업무 의뢰차 분석팀을 방문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쪽 업무에 관심이 갔다. 평소 차분하고 집중력 높은 본인 성격과도 더 잘 맞겠다 싶었다. 하지만 좀처럼 부서 이동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강 씨는 바이오 분석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자는 생각에 퇴사 후 폴리텍대 입학을 선택했다.
대구 집에서 떠나 논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탓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바이오산업 전망과 뚜렷한 진로 목표가 입학을 확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 씨는 “졸업 후 식품 위해(危害) 물질 제어나 식품 성분을 분석하는 전공 기술을 살려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석행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빅데이터, 항공 MRO, 바이오 등 직업교육 훈련 분야 선택 폭을 넓히고, 충분한 교육 훈련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인재를 양성해 국민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