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동남아 OTT 사업자 ‘훅(HOOQ)’의 몰락을 지켜보며

2020-06-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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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OTT 사업자인 훅(HOOQ)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폐업을 선언했다. 훅은 2015년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텔(Singtel), 소니 픽처스, 워너브러더스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설립한 OTT 사업자로, 5년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약 8000만명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OTT 서비스를 제공했다.

훅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약진으로만 인상적인 것이 아니라 이종 서비스와의 협업, 프리미엄 서비스를 비롯한 유연한 서비스 형태 등이 주목받았으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OTT 서비스인 웨이브와 비견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더 많은 로컬 콘텐츠를 확보하고,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것으로 발표했으나, 콘텐츠 판권 구매비와 플랫폼 운영비의 증가,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이처럼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몇 가지 꼽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외부 환경과 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점이다. 처음 훅이 시작된 시점에서는 현재와 같이 디즈니플러스나 넷플릭스가 동남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후, 훅에 대한 소비자의 소구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수급 비용은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소비자들이 훅의 상품에 대해 지불하고자 하는 수준 차이가 현격히 나타나 운영이 어려워졌다. 더불어 저작권 개념도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불법 복제물에 대한 대응도 상당히 미비해 피해를 키웠다.

다음으로는 투자 의지의 부족이다. 앞서 언급했던 환경 변화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사업자의 재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여러 전문가가 언급했듯이, OTT 사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현금을 직접 소비하는 규모가 매우 크다. 이와 함께 적정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수익이 창출될 때까지 지속해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임에도 훅은 이러한 ‘인내’를 갖추지 못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무려 8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선도적 사업자였음에도 실패했다. 특히 아쉬운 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주요 OTT 사업자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훅은 그 시류에 편승치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와 다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내 OTT 사업자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훅보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 앞서 언급한 실패 원인을 국내 OTT 사업자 이름으로 치환해도 다른 점이 거의 없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OTT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이 진행되고 있고, 콘텐츠 수급 역시 비용 상승과 제작 편수 급감으로 쉽지 않은 형편이며, OTT 서비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액 또한 높지 않다. 콘텐츠 수급 비용 대비 수익의 효율성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IPTV를 확장한 것과 같은 형태의 OTT 서비스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산업과 이종 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전용 OTT, VR(가상현실) 및 AR(증강현실) 전용 OTT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금의 작은 미디어 시장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하며,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장르의 OTT 개발이 요구된다.

다른 한편 국내 OTT를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OTT 사업은 단순히 방송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한 하나의 통로 역할이 아닌 자동차 전장산업이나, 스마트 홈 허브 등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 산업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이나 조선산업을 육성했듯이 산업 전체를 키우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요구된다. 또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OTT 규제는 해외에서 국내 OTT 사업자를 규제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 주의할 필요도 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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