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이후 기지국에 접속되는 단말기가 폭발적으로 늘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양자암호통신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보안기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해왔던 이동통신 3사는 관련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 수출, 중소기업과의 상생, 차별화 등을 도모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개척했으며, 그 뒤를 KT와 LG유플러스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오는 2030년 세계 보안 시장의 12%(약 40조원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내놓은 세계 최초 양자보안 5G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이 인기를 끌면서 양자암호통신 기술 상용화 과정과 접목 가능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인수한 지 약 1년 만인 지난해 10월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 구축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SK텔레콤의 통신 사업 역량과 IDQ의 원천 기술이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지난해 11월 미국 괌·사이판 이통사 IT&E의 롱텀에볼루션(LTE) 망에 양자키분배기(QKD, Quantum Key Distributor) 기술을 연동시켜 LTE 송·수신 보안을 강화했다. IT&E는 자사 통신망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SK텔레콤의 양자 기술에 2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IDQ는 유럽연합(EU) 산하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OPEN) QKD' 프로젝트에 QKD 1위 공급사로 참여했다. IDQ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연구기관 중 가장 많은 구간에 QKD를 공급하며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주요국 14개 구간(구간당 약 100㎞)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하고 있다.
IDQ는 또 지난해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 통신망도 구축했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보안을 요하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정보도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현재 구축된 양자암호 통신망을 올해 안에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 구간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에서 양자암호통신 국제 표준화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통신망에서 양자키 분배 활용을 위한 시스템 △양자키 분배를 위한 기존 암호화 체계 활용 방법 △통신망에서 양자키 분배를 위한 보안 프레임워크 △양자난수생성기 보안 구조 등 4가지 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양자난수생성기 보안 구조 건은 지난해 9월 국제 표준(X.1702)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생태계의 확장을 넘어 자사의 5G 망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실제 기술의 활용에도 앞서있다.
특히 지난해 3월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양자난수생성기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는데, 이는 갤럭시A퀀텀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입자 인증 서버는 단말 사용자가 통신망에 접속할 때 정상 가입자로 인증해 주며 개인정보 보안이 필수다.
뿐만 아니라, LTE 망에도 양자난수생성기를 적용하고, 최근에는 태평국사에도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구축해 국내에서만 380㎞에 달하는 양자암호통신망을 운용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퀀텀 테크랩)를 설립해 지난 10년간 뚝심있게 투자한 결과"라며 "세계 최초 5G 망 적용과 양자암호통신 상용망 구축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 창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