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⑨현대중공업(끝)] ‘구원투수’ 마친 권오갑…“이젠 스마트중공업 선도”

2020-06-1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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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업 강화·조직 쇄신으로 실적 개선

사장시절 3조원 적자서 2년만에 흑자전환

최첨단 조선·에너지그룹으로 도약 준비

“지금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난 2014년 9월, 권오갑 회장이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 구원투수로 오면서 밝힌 일성이다.

당시 사장으로 부임했던 권오갑 회장은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전 임원의 사직서 제출을 시작으로 고강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임원들은 재신임을 통해 중용하고 능력 있는 젊은 부장급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 현대중공업을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책임경영 보이며 핵심사업 집중 전략

권 회장의 개혁은 핵심사업 강화와 조직 쇄신을 통해 시작됐다. 그는 현대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 계열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해 ‘그룹 선박 영업본부’를 출범시키며 영업력을 극대화했다. 또 해양사업본부와 플랜트 사업본부를 통합해 조직 슬림화 전략을 짰다.

주식과 부동산, 국내외 법인 등 비핵심 자산들을 잇달아 매각하며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당시 권오갑 회장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급여를 모두 반납하겠다는 취임 당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7년 하반기까지 3년간 무보수경영을 실천하며 직원들에게 책임경영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권 회장의 고강도 개혁으로 전 세계적인 수주가뭄과 유가 하락, 원자재 가격상승 등 위기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불과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사업분할로 기틀 닦고 대우조선인수로 규모의 경제까지

권 회장은 경영정상화 원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를 준비했다.

2017년 4월 권 회장은 시장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기술과 품질 중심의 경영전략’을 발표하며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4개 독립법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선포했다.

한 울타리 안에서 영위하던 사업들을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틱스 등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사업별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적절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기틀을 다졌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4개사 모두 분할 첫해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를 기존 순환출자구조에서 지주사체제로 전환해 경영의 투명성도 한층 높였다. 특히 장기불황 속에서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던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했다.

일본, 중국 등 규모의 경제를 이뤄 추격해오는 경쟁국들을 뿌리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단도 내렸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4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신청을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첫 승인을 받았으며, 남은 국가들도 올해 중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4개 조선사를 영업과 설계, 생산에 최적화시키는 한편, 새롭게 출범한 한국조선해양을 컨트롤타워 겸 세계적인 R&D 및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발전 시켜 기술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전략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최첨단 조선‧에너지 그룹으로 도약

권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첨단 조선, 에너지 그룹’이라는 목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부터 KT와의 협력을 통해 현대중공업 울산 야드를 5G 기반의 스마트조선소로 탈바꿈하는 등 제조업에 ICT를 결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도 5G를 포함한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향후 선박 원격제어, 긴급의약품 드론 수송과 같은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조선소 및 스마트 선박을 구축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글로벌R&D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에 설립되는 글로벌R&D센터에는 그룹 내 연구 인력들이 모두 모여 근무할 예정이며, 기술 중심 경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매출액 대비 기술 개발 투자 비중을 세계 선진기업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전통 제조업 중심 회사에서 기술 중심의 조선, 에너지 그룹으로 도약해 스마트 중공업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야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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