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짓는 첨단물류센터 건설 사업이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정부가 약 6조원을 투입해 이 땅을 첨단물류센터로 재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도 개발에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 유통 생태계를 이끄는 복합물류센터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하림그룹이 소유한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에 위치한 한국터미널 용지 약 9만4949㎡를 복합물류센터로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 마련에 최근 착수했다. 정부가 해당부지에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첨단물류센터와 연구개발(R&D), 유통상가 등으로 복합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최종 인허가권을 가진 시가 부지 개발방식, 세부용적률,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최종 방향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재IC 중심에 자리한 이 부지는 2004년 시행사 파이시티가 토지를 매입한 뒤 복합유통단지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금융위기·권력형 비리·각종 인허가 지연 등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발의 관건은 서울시와 하림그룹이 그동안의 입장차이를 얼마큼 조율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해당 부지는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양재 테크시티(Tech+City)' 조성지역에 포함돼 있다. 양재 테크시티는 기업간 교류를 통해 새로운 R&D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특히 화물터미널 부지는 양재 테크시티 4개의 핵심 부지 가운데 '도시지원복합권역'으로 묶여있다. 도시지원복합권역은 도시지원 기능 확보, 기업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시설로만 개발이 가능하다. 도시계획상으로는 유통업무설비·일반상업지역으로 최대 용적률이 400%다.
하림그룹은 현재 용적률의 2배인 800%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하림 측이 부지를 매입할 당시 국토교통부가 도시첨단물류시범단지 조성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최대 용적률이 800%다. 그러나 이 지역은 경부고속도로 초입에 위치해 '교통지옥'으로 악명이 높다. 최종 인허가권을 쥔 시는 용적률을 높이면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교통허용치를 초과해 용적률 상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의 여지는 있다. 최근 시는 주무부서를 시설계획과에서 택시물류과로 전환했다. 하림그룹 측이 요구한 물류센터개발 쪽으로 한발짝 더 움직였다는 의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부 계획안을 확정한 후 물류, 건축, 교통 환경에 대한 영향평가, 통합심의 등의 관련 절차가 남아있다"면서 "내년 하반기쯤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