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무엇이 문제인가..."근본문제 해결, 효율화 위해선 갈 길 멀어"

2020-05-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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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련된 절차 제대로 수행하는 게 중요...조사 주체 일원화도 절실"

경실련 "시세 반영 못하는 근본 문제 제거되기엔 감사 미흡"

국토부 "표본 수 늘리기엔 예산 부족...직접 지도‧감독에 한계 있다"

[사진 = 아주경제DB]

최근 감사원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조세와 부담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들여다보고 문제사항을 다수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지적과 국토부의 개선사항에 대해 '원칙상 타당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나 효율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의 근본적 문제가 제거되기엔 이번 감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 = 감사원]

오성범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용도지역은 토지의 계급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강남구의 토지가격이 강서구보다 전반적으로 높겠지만, 강서구 일반상업지역의 토지가격은 강남구 2종일반주거지역의 토지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다"며 "때문에 용도지역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올바른 지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같은 조치로 인한 변화가 크지는 않을 듯싶다"며 "지적한 사항은 이미 절차에 마련돼 있는데, 그 절차가 여태껏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게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시가격 산정 시 실무자들이 설계한 표본에 대해 국토부가 검수하는 절차는 이미 마련돼 있다. 이에 대다수 평가사들은 해당 절차가 기존보다 타이트하게 수행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오 평가사는 개별공시지가 및 개별주택가격의 토지 특성을 서로 비교·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각 지자체에서 토지 특성의 일치 여부를 비교·확인하지 않고 있었다는 감사원 측 지적에 대해선 "현재 과세체계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실무적인 문제"라고 평했다.

이어 "국토부는 해당 지적에 대해 토지 특성이 다르게 입력되는 경우 경고문구가 표시되도록 하는 등 가격산정 시스템을 개선했는데, 토지 특성의 조사를 세무과·토지과가 중복적으로 수행하고 크로스체크하는 것보다는 토지 특성 조사를 토지과로 일원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토지는 주택과 비주택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훨씬 범위가 넓고 정교하다"며 "표본 조사 역시도 한국감정원·감정평가사가 나눠 맡도록 하기보다는 일원화하는 것이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이는 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재 '퍼스트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는 "향후 용도지역·비도시지역·자연보전지역의 표준부동산이 늘어나고, 표준부동산이 동일하더라도 개별부동산 소유자의 개별부동산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이의신청, 의견제출 등 절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 감사원]

이번 감사는 공시가격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형평성 시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반쪽 감사' 아니냐는 지적도 따랐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개인 보유 주택은 어느 정도 시세에 근접하지만, 기업이나 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시세 반영률이 개인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토부 장관의 직무유기에 대한 감사청구를 했는데 정작 그 감사는 빠졌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등에 나와 있는 공시가격에 대한 정의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적어도 시세의 80% 이상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은 공시가격을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편 국토부는 감사원 측 지적에 대해 "감사원이 권고한 표본 수 확대를 위해서는 예산이 추가 소요되는 만큼 예산편성 과정에서 재정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별부동산 특성조사 오류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특성조사 내용을 확인하고, 불일치 사항에 대해서는 시·군·구별 현장확인 등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부동산에 대한 국토부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은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시‧도에서 관할 시‧군‧구의 개별부동산 특성조사, 가격검증, 오류 개선 등을 일차적으로 지도‧감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정부는 ​개별주택 부속 토지의 공시가격이 개별주택 공시가격(토지+건물합산)보다 비싼 '역전현상'의 경우, 일거에 개선하면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만큼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와 함께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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