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반 토막 난 실적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파문, 흥행 콘텐츠 부족 등 악재가 겹쳤다. 올 하반기 JTBC와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통합 플랫폼 출범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만만찮을 것이란 게 업계의 반응이다.
17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프로듀스101' 시리즈 제작진인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에게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안 PD에게는 3600여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CJ ENM은 당분간 순위 경쟁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기 어려워졌다. 프로듀스101이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에 시청자들의 실망감도 컸기 때문이다. CJ ENM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곧 광고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CJ ENM은 실제 올 1분기 매출 부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TV광고 및 영화 극장 매출 감소를 겪었다. 영화 부가판권 매출(전년 대비 111%), 티빙 유료 가입자 수(79%), 음반·음원 매출(47%) 등 디지털 및 언택트 관련 매출이 상승했지만, 빈틈을 채우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8108억원으로 5.7% 줄었고, 영업이익은 397억원으로 무려 49.7% 떨어졌다. CJ ENM은 2분기에 '삼시세끼 어촌편5', '오 마이 베이비' 등 지식재산권(IP)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TV·디지털 통합광고상품 등 광고 재원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또다시 콘텐츠가 갈길 바쁜 CJ ENM의 발목을 잡고 있다. TV 부문은 종영을 앞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제외하면 최근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5만이 선방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양하는 가운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 부문은 더 힘들다.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주요 콘텐츠가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매출이 감소하고, 제작·배급 등도 타격을 입어 CJ CGV는 희망퇴직 지원을 받는 등 그룹사 전반적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한편, 오는 6월 1일로 예정됐던 OTT '티빙' 사업 부문 분할은 8월 1일로 시기가 연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CJ ENM은 올 하반기 JTBC와의 합작 OTT 플랫폼 출범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콘텐츠 투자 규모와 제작 등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간 협력이 최선인 것은 맞지만, 이미 넷플릭스가 조(兆) 단위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다 디즈니플러스(+)의 성장 속도도 무섭다"며 "콘텐츠 경쟁력 싸움에서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