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베트남 코로나의 영웅, 부득담 부총리

2020-05-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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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긴급회의 당시 '한 장의 사진'...전 국민 심금 울려

정부의 코로나 대응 총괄위원회 이끌며 실질적 진두지휘 역할

하이즈엉 출신으로 벨기에서 박사학위받아...'3개국어 능통'

정치국원 중 네트워크 최고전문가..."차기 유망 총리후보 중 하나"

지난 3월 6일, 베트남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3주 만에 재차 발생하자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부득담(Vu Duc Dam) 베트남 부총리. 이날 저녁 긴급 코로나 대책회의를 하면서 망연자실하는 그의 모습이 한 휴대폰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사진은 즉시 베트남 SNS에서 일파만파 퍼지며, 많은 베트남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부득담 부총리가 고개를 떨구며 얼굴을 움켜잡고 있는 이 모습은 그가 그동안 코로나 방역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왔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베트남은 코로나 초기방역 총력전을 펼치면서 22일 이상 신규확진자 환자가 없자 코로나 전쟁에서 조심스레 승전을 점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퍼전파자로 판명된 17번째 환자가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됐고 이후 수십 명에 이르는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며 베트남 정부는 혼란에 빠졌다.

그로부터 다시 두 달이 지난 지금, 베트남이 다시 코로나 2차 전쟁에서의 종식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다. 외신들은 열약한 의료체계의 베트남이 의료선진국도 버거운 일을 해냈다며 다시 한번 베트남의 강력한 리더십과 정부 정책에 대한 집중 분석에 나섰다.
 

지난 3월 7일 베트남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22일만에 발생하자 부득담 부총리가 긴급대책회의해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북부 출신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부총리까지
성실함과 끊임없는 자기성찰로 최연소 베트남 정치국원 입성


최근 베트남 코로나 방역을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지도위원회 위원장이자 정보통신부 등 4개 부서를 총괄하는 부득담 부총리의 역할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집단지도체제에서 총리가 정부부처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일같이 실무를 감당해냈던 부득담 부총리의 공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미 베트남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부득담 부총리는 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다. 실제 페이스북에서는 그를 ‘코로나가 낳은 베트남 영웅’이라며 그를 추종하는 팬클럽까지도 생겨났다. 베트남 핵심 지도부 인사 중에서 SNS 팬클럽이 생긴 것은 사실상 최초다.

지난달 4일 호찌민의 한 대학생 ‘코로나 관련 그림 그리기’ 대회에는 부득담 부총리를 묘사한 그림들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베트남 현지 일간 단찌의 보도에 따르면 호찌민 FPT 미대 학생들이 베트남 코로나의 영웅을 묘사하라는 주문에 많은 학생들이 주저없이 부득담 부총리를 그렸다고 전했다.

그는 1963년 2월 베트남 북부지방인 하이즈엉성의 탄미엔현 구찌 마을에서 태어났다. 대다수 베트남 고위직이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과 달리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부친은 가난한 소작농이었으며, 그 또한 어린 시절 집안일을 돕기 위해 학업과 가사를 함께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생의 기회를 맞는다. 베트남 정부에서 1년에 불과 15명에 선발하는 벨기에 국비장학생에 선출된 것.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1982년 여름, 국비장학생으로 그는 벨기에 브뤠셀자유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한다.

벨기에 학업 당시, 부친이 사망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벨기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1988년 베트남에 돌아온다. 이후 그는 베트남 우체국(정보통신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가 쓴 논문인 ‘세계의 통신 개발 경험 동향과 베트남에 적용’이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1993년에 베트남 공산당에 정식으로 입당을 하고 정보통신부, 외교부, 보건부, 각 지방성을 두루 거친다. 이후 꽝닌성 당서기장을 지내고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마침내 2016년 14차 전당대회에서 14번째로 정치국원이자 부총리에 선출된다. 당시 부득담 총리는 최연소 정치국원 중 하나였다.

베트남 한 언론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꽝닌성으로 부임했을 당시 꽝닌성 공무원들은 그가 질문이 너무 많아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항상 철두철미했으며 젊은 간부들이 언제나 배우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지난 2013년 보건부 담당 부총리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 노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보건부 담당 부총리로 임명된 직후 현지 병원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복 차림으로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이는 경제학자이자 IT엔지니어로서 보건전문가는 아니지만, 항상 현장에 중심을 두고 연구를 거듭하는 그의 신중한 성향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부득담 부총리 겸 국가지도위원회 위원장.[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한국과도 많은 인연...축구 ‘광팬’으로 박항서 감독과 인연
BBC “향후 가장 전도유망한 베트남 정치리더 중 하나”


그는 한국과도 여러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축구 광팬으로 베트남 대표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기에 박항서 감독과도 특별한 인연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많은 축구스타의 사인볼을 갖고 있으며,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 국빈방문 당시에도 직접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의 친필사인볼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2017년에 처음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부총리는 '한-베트남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부득담 부총리는 당시 김상곤 교육부총리와 면담을 진행하고 IT엔지니어 출신답게 과학기술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국 선진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후 한국과 베트남의 과학기술 협력의 산실인 한국-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은 그해 하노이에 문을 열었다.

영국 BBC는 지난달 4일 '베트남 코로나의 대처 방안'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부득담 총리와 응우옌 뜩 쭝 하노이 인민위원장의 역할을 조명했다. BBC에 따르면 부득담 부총리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가장 코로나 이후 전도유망한 지도자 중 하나다. 베트남 15인의 정치국원 중 가장 유망한 총리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는 언제나 그렇듯 뜨는 별과 지는 별을 만든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베트남의 정치·경제 또한 새로운 변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이 밝힌 것처럼, 내년 초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되는 제15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장 올해부터는 주요 인사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외신들은 그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와 자기성찰 그리고 명석한 판단력이 돋보인다며 어린시절 겪어온 지독한 가난과 힘들게 공부했던 벨기에 국비장학생 시절이 무엇보다 그를 단단하고 정진하는 리더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학시절과 지속적인 어학공부를 바탕으로 3개국어(베트남어·영어·불어)를 능통하게 하면서 외신과의 인터뷰에도 거침이 없다. 또한 여러부서를 거친 탓에 각 부서 간 소통능력과 실무파악에 뛰어나다. 여기에 매사에 신중하고 오토바이를 즐기는 등 소탈한 행동들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는 강점이다.

베트남의 한 누리꾼은 ‘(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해왔던가.(Vì nhân dân và nhà nước mà gắng sức, nỗ lực.)’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이번 코로나 기간동안 부총리의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깊게 느낄 수 있었고 그의 헌신과 노력에 많은 베트남 국민들은 감사해야 한다”며 “이제 코로나 전사(부총리)는 베트남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4일, 호찌민 FPT대학교에 '코로나 영웅 그리기 대회'가 열린 가운데 학생들이 부득담 부총리를 형상화한 그림을 선보였다.[사진=단찌 온라인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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