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인(人)]윤상호 베트남 한인연합회 회장

2020-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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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는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계기될 것"

"한베 관계의 미래, 긍정적 방향 확신...코로나 덕에 한인결속다지는 계기도"

"베트남 20만 교민은 신남방정책의 최전선 전사...해외 한인 자부심 느껴야"

지난 6일 하노이 쭝화 참빛타워에 위치한 베트남 한인연합회 사무실에 위생용품 박스들이 수북했다. 한인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교민들을 위한 안내 서류와 각종 공문들이 높게 쌓였다. 직원들은 연이어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전화기를 바꿔가며 응대에 여념이 없었다.

윤상호 베트남 한인연합회 회장은 요즘 가장 바쁜 베트남 한인사회 내 리더 중 한명이다. 코로나 청정국이던 베트남에 다시 코로나 여파가 불거지면서 베트남 한인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자가 방문하기 직전까지도 윤 회장은 베트남 내 코로나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피로감이 역력해 보였지만 “이는 그만큼 코로나 문제가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서도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코로나 이후 변곡점을 거칠 것"이라며 "한인회 임직원들은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한인회 활동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여파로 하노이 시내의 모든 교통수단이 막힌 가운데 어렵게 윤 회장과 약속을 잡았다. 윤 회장은 한국 중앙일간지 중 최초로 베트남어판 신문을 발행하고 베트남 특파원을 파견한 본지에 평소 큰 호의와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6일 윤상호 베트남 한인연합회 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베트남 한인연합회 제공]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여태까지는 수교 이전과 이후로 나눴지만, 앞으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겁니다. 이제 우리 한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이 사태에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한·베 관계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그는 요즘 코로나 여파에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현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20만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교민이 3만명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그 수가 배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제한 정책에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베트남의 공권력 아래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 속에 1차적으로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현지에 있는 베트남 정부입니다. 우선적으로 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믿고 지지해야 합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인 상황에서 아시아나 항공기 회항, 다낭 관광객의 시설격리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회장은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베트남 정부 코로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은 방역체계에 한계가 있어 한국과 달리 투박한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베트남 내 한인들이 높은 시민의식으로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범적인 자세를 베트남인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베트남이 한국을 바라보는 모습, 특히 한국의 문화적 역량에 대한 수준을 다르게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윤 회장은 코로나 이후 양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의 누적투자 1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관계를 확대 발전하려면, 이제는 경제적 관계가 아닌 문화적 요인을 바탕으로 한국이 베트남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이 위기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에 위기를 겪으면서 서로를 더욱 잘 알았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등 더욱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과 베트남은 더욱 성숙한 전환기를 맞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한국과 베트남은 경제분야 ‘바로알기’에만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제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경제보다는 문화적 부문이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베트남과 러시아의 사례를 들며 한국과 베트남도 ‘내셔널얼라이언스’, 즉 민족동맹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베트남 내 한인들을 결속시키는 계기도 됐습니다. 한인회가 발행하는 뉴스레터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하고 대사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긴급연락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긴급상황이라면 하노이 7만 교민이 1시간 안에 미딩 운동장에 모두 모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는 베트남 내 체류하는 한국인들이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끈끈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긴급상황에 대한 교민들의 문의가 많아지면서, 그 중심이 되는 한인회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한인회는 베트남에서 코로나 확산이 줄어드는 대로 곧 베트남 한인‘ 20만 네트워크’ 출범식을 개최할 방침이다.

“조선 중기 실학자인 이수광과 베트남 외교관 풍칵콴이 중국 북경에서 교류를 시작한 것으로부터 보자면 베트남과 한국 간의 ‘인연’은 수백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효심과 충심은 양국의 우정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튼튼한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윤 회장은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문화적 공통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유교문화권 국가다. 유교는 삼강오륜의 덕목을 중요시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복원이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한국과 베트남은 ‘사돈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이미 많은 부분에서 형제국가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두고 사태 해결을 위해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기본적으로 서로가 호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는 본국의 한국민들에게도 베트남에 대해 따뜻하게 봐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또한 베트남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 이후 일부 네티즌의 극성스러운 모습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무엇보다 여론을 선도하는 양국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베트남 내 20만 한국인을 대표해 한인회장직을 수행 중이라고 생각해 책임이 무겁습니다. 한국인들에게 항상 우호적인 마음을 보여주는 베트남인들의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한인회장으로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양국이 앞으로도 소중한 우정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베트남한인연합회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교민의 한 사람이자 베트남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소회도 함께 전했다.

“저에게 베트남이란 수식어를 따로 붙이기 어려운, 참으로 뜻깊은 나라입니다. 40대에 베트남에 와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베트남에서 보냈고 사업의 성공과 삶의 터전 마련해 줬습니다. 인생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제게 너무 많은 것을 준 베트남은 정말 특별한 존재입니다.”

 

윤상호 베트남 한인연합회 회장[사진=베트남 한인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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