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폭행, 음주운전 의대생… 결국 의사 될 수 있는 현행법

2020-04-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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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대생 A씨에게 ‘의사 면허를 주면 안 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강간·폭행·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된다'는 제목의 청원에 3만명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 의대생은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성범죄를 저질러도 국가고시를 볼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

의료법 8조는 정신질환자나 마약중독자 등을 제외하고는 허위 진료기록 발부, 지역보건법, 의료법 등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끝나지 않으면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 의대생이 정신질환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국가고시를 응시를 막을 법 규정은 없다.

다른 전문직인 변호사·법무사·회계사·세무사 등이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고 응시자격에 제한이 생기는 것과 차이가 있다.

특히 변호사, 세무사의 경우 각각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에 징계받은 사람과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의료법 개정 전엔 범죄의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개정 이후 현행법과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 의료법 제8조 개정은 무리 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이 들어간 법안은 1999년 12월 11일 보건복지위원장에 의해 발의됐다.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은 의사출신 김찬우 의원이었고, 법안을 심사한 황성균 법안심사소위원장도 의사 출신이라고 알려졌다.

법안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발의된 7가지 의료법 관련 법안의 대안을 개정·통합한 것으로 본회의를 거쳐 2000년 1월 12일 공포됐다.

그러나 의사의 면허취소 사유를 완화하는 대안을 제시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의료법 개정에 관한 언론보도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당시 본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정비계획에 따라 각종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 기타 현행 규정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보완․개선하려는 것”이라고 7가지 의료법 관련 법안의 대안을 개정·통합 법 개정의 이유를 전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이 법안이 통과되기 약 4개월쯤 전 의약분업에 대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2000년 9월 7일 공포됐다.

당시 의약분업을 도입하기 전 의료계와 정부 간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이에 의료인의 면허취소 사유를 완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은 의약분업으로 갈등을 빚은 의료계와 화해 혹은 보상을 위한 반대급부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 A씨가 재학 중인 대학에서도 A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경우 제적(퇴학) 처분까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퇴학이 되더라도 다른 의대에 재입학해 의사국가고시를 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7년 전 고려대 의대 본과 재학 중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은 혐의로 실형을 받아 퇴학 처리된 의대생도 성균관대 의대에 다시 입학해 올해 의사면허를 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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