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아베의 '오만증후군' 새 국회엔 반면교사

2020-04-16 17:17
  • 글자크기 설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태롭다. 코로나19 대응 미흡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퇴진설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13일 실시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들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그야말로 급락했다. 지지한다는 의견의 비중이 불과 보름 전보다 무려 5.1% 포인트 하락한 40.4%에 그쳤다. 

4월 초만 하더라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비교적 탄탄한 모습이었다. 

때문에 지난 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사학비리 스캔들을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했음에도 아베 총리는 당당히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맞섰다. 

그러나 불과 보름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현지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의 '최대 리스크'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여론을 반전시켰을까? 

아베 총리의 현실 감각 부재가 일본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아베 내각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나오는 족족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후에 이어지는 대책도 어느 하나 변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가구 2마스크 정책이다. 무려 5000억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한 가구 구성원의 수도, 마스크의 질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들이 제대로 검사를 못 받고 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시스템 붕괴의 아우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절망과 절규가 커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연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고 있다. 전 국민들이 불안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려견과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는 행동을 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들이 자제가 요구되는 분위기 속에서 여행을 다녀와 구설에 휘말렸다.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공감 부재의 독선적 행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일본의 유명 정신과 의사인 가야마 리카 교수는 기고문에서 아베 총리가 '오만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야마 교수는 오만증후군에 빠진 리더들은 "너무 독선적인 성공 스토리에 매몰된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세밀한 부분을 챙기지 못해 결국 파탄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해 3월 아베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질의 응답하는 과정에서 국가 위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가 국가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아베는 21세기의 루이 14세인가"라는 비판까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아베 총리의 오만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일본의 유권자들이다. 지난 7년간 제대로 된 견제 세력이 없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일본 내 경제전문가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국가다"는 망언이 있었던 지난해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도 아베 내각은 승리했다. 

일본의 낮은 투표율은 이 같은 선택의 부재를 가능케 한다. 2014년, 2017년, 2019년 선거 모두 투표율이 50% 전후다. 늘 하는 사람만 하는 힘없는 투표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 전후 역사상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일본 국민들은 낮은 투표율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국은 15일 코로나19 속에서 힘겹게 총선을 치렀다. 개표 결과 국민들은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우선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독주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벌써 나온다. 국민의 전폭 지지를 받은 여당은 아베 내각을 우선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목소리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과 다르다. 지난해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48.80%에 불과했다. 우리의 이번 총선 최종 투표율은 66.2%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