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총선 뒤 공수처 운명, 이 세 가지에 달렸다

2020-04-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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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 원내교섭단체 구성하나

·미래통합당, 공수처장 임명 과정 참여하나

·변협회장, 여·야당 중 어느 쪽에 가세하나

·결과 따라 공수처 파행 또는 윤석열 수사 받을 수도

총선 뒤 관심사 중 하나는 공수처 운명이다. 공수처가 예정대로 7월 출범해서 정상 업무를 시작할 것이냐, 아니면 삐걱거리면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냐다. 공수처가 정상 출범하면 가장 먼저 윤석열 검찰을 손보려 할 수 있다. 조국 사건과 관련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윤석열 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공언해 왔다. 그 경우 또다시 정국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대립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공수처가 총선 뒤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의 앞날을 좌우할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더불어민주당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냐다. 두번째는 미래통합당이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 협조할 것이냐다. 마지막은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때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다. 이 세 가지 요인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공수처 앞날이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 이유는 공수처장 임명 과정의 복잡 미묘함 때문이다. 공수처장은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임명한다. 추천위원회 위원 7명은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당 추천 위원 2명, 야당 추천 위원 2명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게 야당 몫 2명이다.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이 여당 쪽에 가세한다고 해도 야당 몫 2명이 반대하면 누구도 후보가 될 수 없다. 후보 추천에 필요한 위원 6명의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시민당 교섭단체 구성하면 정권 뜻대로 공수처장 임명 가능 

문제는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는 정당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라야 한다(공수처법 제6조 ④항)는 점이다.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돼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3석,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84석을 얻어 각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여당 몫 2명은 더불어민주당이 갖게 된다.

그러나 야당 몫 2명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야당 중 원내교섭단체가 미래통합당 하나뿐이라면 통합당이 2명을 모두 갖게 된다. 반면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당이 하나 더 생기면 이 당과 통합당이 한 명씩 나눠 갖게 된다.

현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당은 2개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다. 더불어시민당은 실질적으론 민주당의 자매정당으로 범여권이지만 정당법 상으론 민주당과 별개의 정당으로서 여당이 아닌 야당이다. 그래서 더불어시민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야당 몫 추천 위원 1명을 갖게 된다.

야당 몫 2명을 미래통합당이 독차지하느냐, 더불어시민당과 1명씩 나눠 갖느냐는 공수처장 임명에 결정적 차이를 가져온다. 미래통합당이 독차지하면 통합당이 공수처장 임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통합당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하면 누구도 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친정권 인물은 통합당 지지를 받지 못해 후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시민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야당 몫 1명을 갖게 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통합당이 반대하더라도 7명 중 6명의 동의를 받을 수 있어 친정권 성향 인물을 얼마든지 후보로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열린민주당과 함께 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빌리는 방식 있어

따라서 더불어시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지는 공수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더불어시민당은 이번에 17석을 얻었다. 혼자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그러나 가능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또 다른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열린민주당은 3석을 얻었다. 두 당을 합치면 의석 수 20개가 돼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또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의원 3명을 꿔와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권 시절에도  김대중 총재의 새천년민주당이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에 의원  4명을 꿔줘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적이 있다. 새천년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의원들은 나중에 DJP 연합이 깨지자 다시 새천년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더불어시민당이 열린민주당과 함께 하든 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을 빌려서 하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으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야당 몫 2명을 모두 미래통합당에 뺏기게 된다. 공수처장 임명권이 미래통합당 손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이런 상황을 두고보기만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더불어시민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할 경우 미래한국당도 교섭단체를 만들겠다고 나설 수 있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에서 의원 1명만 빌려오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까지 교섭단체를 만들면 야당의 교섭단체는 모두 3개가 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다. 이 경우 야당 몫 두 명 중 한 명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갖게 될 게 확실하다. 그러나 남은 1명을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중 누가 갖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이 문제를 두고 더불어시민당의 실제 주인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한국당의 실제 주인인 미래통합당이 긴 줄다리기를 벌일 수도 있다.

이처럼  더불어시민당의 교섭단체 구성 여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저것 고려할 요인이 많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더불어시민당의 교섭단체 구성 여부는  향후 정국의 뜨거운 잇슈가 될 것이다. 
 
통합당 공수처장 임명 과정 불참하면 공수처 출범 불가

미래통합당이 야당 몫 추천위원 2명 중 1명만 차지하게 될 경우 변수는 미래통합당의 선택이다. 미래통합당이 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불참하기로 하고 야당 몫 위원 1명 추천을 거부할 것이냐, 아니면 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해서 후보를 추천할 것이냐다. 만약 거부하게 되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후보를 추천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공수처장을 임명하지 못하게 된다.

공수처장이 임명되지 못하면 공수처는 출범할 수 없다. 공수처장이 임명돼야 공수처 조직의 핵심인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이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관은 공수처장이 임명한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감찰하라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만든 특별감찰관의 경우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작년 11월 각각 1명씩 후보를 추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후보 추천을 미뤘다. 결국 특별감찰관은 지금껏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통합당이 추천위원회 구성을 거부하면 공수처는 출범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 통합당은 추천위원회 구성을 거부할 것인가. 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거나, 패하더라도 크게 패하지 않았다면 거부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통합당 입장에서 볼 때 공수처 폐지를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공수처의 정상 출범에 협조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합당은 참패했다. 공수처 폐지라는 명분을 고수하기 힘들어졌다. 공수처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을 뚫고 나갈 현실적 힘을 갖기도 어려워졌다.

미래통합당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비록 참패했지만 끝까지 추천위원회 구성에 불참할 것인가.  미래통합당은 이 문제를 두고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에 빠질 수도 있다.
 
변협회장 야당에 가세하면 정권 입맛 맞는 처장 임명 못 할 수도

더불어시민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미래통합당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해서 공수처가 출범하게 될 경우 그 다음의 문제는 공수처장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선택이다.

더불시민당이 야당 몫 1명을 갖게 되면 범여권 정당 몫은 더불어민주당 몫 2명을 합쳐 3명이 된다. 여기에다 법무부장관은 당연히 여당 쪽에 가세할 것이고, 법원행정처장도 김명수 대법원장의 친정권 행보로 볼 때 여당 쪽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변협회장까지 여권에 가세하면 여당은 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확보하게 된다. 통합당을 수의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공수처장에 임명할 수 있다. 여야 협상으로 여당 성향과 야당 성향 후보 1명씩 추천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여당 성향 후보를 지명할 게 뻔하다. 결국 힘으로 하든 협상으로 하든 친정권 인물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야당이 미래통합당 쪽에 가세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추천위원 중 범여권 몫 3명에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을 합쳐 5명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후보 추천에 필요한 6명에 미치지 못하니 친 정권 인물을 후보로 추천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변협회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지난 1월7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변호사들이 나한테 개별적으로 전화하는데 의견이 다 다르다. 전국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를 거치면 의견이 딱 둘로 나뉜다”고 했다.

변협 내 진보·보수 대립 심각···회장 리더십 주목

실제로 변호사회 안에는 공수처에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모임이 있다. 진보 성향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보수 성향의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다. 민변은 공수처를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라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헌변은 공수처를 위헌적인 기구라며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대립적인 상황 때문인지 이 회장은 자기 주도적이기보다 신중하게 현안에 대응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어느 한쪽 입장을 명확하게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대응이다.

그는 조국 전 장관 의혹이 한창일 때인 작년 9월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법률가단체인 변협이 왜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직 의견을 낼 만큼 명확하게 정리된 게 없다.(중략)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로 입장을 내면 이념적 갈등만 키우게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연루자들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선 “시기나 방법에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소장 공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회장은 앞서의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여당 몫과 야당 몫이 1명씩 포함될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 입장에선 누구를 지명하겠나. 형식적인 추천 절차가 될 수밖에 없다. 복수로 추천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고 했다. 공수처장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라는 취지에서 볼 때 여당  1명, 야당 1명씩 추천하게 된다면 여당 추천 후보가 당연히 임명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어서 곤란하다는 말이다.

이 회장은 변호사 내의 상반된 입장과 함께 공수처장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 필요성이라는 측면들을 고려해 입장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공수처가 정상 출범할지 삐거덕거릴지, 정상 출범한다면 초대 공수처장을 정권 뜻대로 임명할 수 있을지가 총선 뒤 정국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됐다. 그 결과에 따라 윤석열 검찰의 운명은 물론이고 현 정권 비리 수사의 방향, 나아가 공수처를 통한 법원과 검찰 장악 여부도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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