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이 계속되는 업황 부진에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타격으로 잇달아 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울산공장 파라자일렌(PX) 공정 가동률도 낮춘다. 대신 해당 공정에서 근무하는 일부 인력은 여수·대산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의 PTA·PX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 등에 따른 업황 불황과 최근의 코로나19, 대산공장 폭발사고 여파 등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6일 SK종합화학은 SK울산콤플렉스(CLX) 내 나프타분해(NCC) 공정을 12월부터, 합성고무제조공정(EPDM)은 2분기 안에 각각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SK종합화학의 NCC공정은 1972년 상업가동을 개시한 20만t 규모의 국내 최초 나프타분해 공정이라 상징성이 크다. 그만큼 SK종합화학이 체질 개선에 대한 절박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가동중단 관련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부득이하게 NCC·EPDM 공정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향후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경쟁력 있는 고부가 화학사업 추가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업체가 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SK종합화학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주문한 체질개선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이라면서 "위기극복 DNA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강도높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각 계열사는 주요 제품 공정의 가동률을 낮추고 당초 계획했던 사업 목표를 재검토하는 등 리스크를 덜기 위해 각고의 노력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인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SK종합화학은 패키징 사업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낙점, 관련 인수·합병(M&A)을 강화해 고부가 화학사로의 딥체인지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추진 중인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는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한다. 2017년에는 미국 다우로부터 접착층과 차단층 핵심소재인 에틸렌 아크릴산(EAA)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도 인수했다.
롯데케미칼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여수공장과 대산공장에서는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증설, GS에너지와 합작한 롯데GS화학 공장 설립, 중질유·나프타분해시설(HPC) 등 새로 추진한다.
또한 최근 첨단소재와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교현 대표이사는 최근 주총에서 “지난 1월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완료해 ‘토목 및 건설자재의 제조, 가공, 판매 및 시공업’의 사업 목적을 추가해 건자재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롯데케미칼이 영위해온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석유화학에서 롯데첨단소재의 고부가 합성수지(ABS), 고충격 내외장제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 인조대리석 재료 등으로 사업영역이 확장된 것.
김 대표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신규사업을 예정대로 잘 진행해 적극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