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사의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는 데이터 전송 수단으로써 '밀리미터파'의 잠재력을 입증했으나, 이와 함께 유리벽조차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접속성공률이 매우 떨어진다는 해결 과제를 함께 남겼다.
극고주파는 저주파보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시장조사기관 시그널리서치그룹에 따르면, 극고주파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6GHz 이하 저주파보다 평균 47%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도달 거리가 떨어지고 장애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 계획은 야외, B2C보다 실내, B2B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동통신 3사는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저주파보다 안테나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극고주파의 장점을 십분 살려 먼저 실내 쇼핑몰이나 콘서트장 등에서 5G 속도 향상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목표는 B2B다. 기업의 생산 공정이나 업무 공간에 극고주파 기지국을 설치하고 모든 기기를 5G로 하나로 묶음으로써 스마트공장이나 빌딩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미 이동통신 3사는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이나 스마트워크 솔루션을 함께 제공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전략도 세웠다.
미국이 먼저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에 나선 것이 꼭 악재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떨어지는 접속성공율로 상용화에 애를 먹는 동안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빔포밍(Beamforming)'과 같은 극고주파의 약점을 해결해주는 통신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빔포밍은 안테나에서 신호를 사방으로 뿌리지 않고 특정한 수신 기기에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기지국과 단말기를 연결해,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기지국 다중 안테나 다중 스트림 전송(MIMO)과 함께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를 위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주파수 할당 계획에 따르면, 5G 주파수를 받은 이동통신 3사는 2021년까지 극고주파 대역 상용화를 위한 안테나 통합형 기지국을 1만5000대 이상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3사는 여름 전에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 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망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극고주파용 기지국의 경우 삼성전자,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 주요 통신장비 업체가 지난해 선보인 바 있다. 미국 극고주파 대역 5G 상용화에는 주로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장비가 활용됐다.
국내의 경우 최우선적으로 삼성전자 장비를 채택하고, 남은 자리를 두고 화웨이, 노키아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A(단독규격) 방식의 5G 상용화와 맞물려 작년 이상으로 장비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단말기의 경우 28GHz 안테나를 추가한 삼성전자 갤럭시 S20의 새 모델이나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11(가칭) 등을 통해 저주파와 극고주파 대역을 모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5G 아이폰(가칭)이 저주파와 극고주파 대역을 모두 지원하는 동적스펙트럼 공유 기술을 지원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