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박정원 두산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등이 보유주식 중 담보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담보대출은 의결권을 유지하면서, 저리로 자금확보가 용이해 대기업 총수들이 많이 사용한다.
박정원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의결권이 있는 두산 주식 122만4400주 전량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있다. 이 중 KB증권(1만8120주), 한국증권금융(12만1519주), 하나금융투자(5만6362주), 삼성증권(13만996주)에 대출 또는 질권 설정이 된 32만6999주는 오는 5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이 계약은 두산그룹 주가가 두달 내에 반전하지 않으면 연장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박 회장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에서 받은 대출은 만기 전이라도 담보비율이 부족하면 반대매매가 나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2일 기준 광주은행에 담보 대출한 67만2000주에 대해서 만기가 돌아왔다. 이 건은 공시는 되지 않았지만, 연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대출 건의 경우 만기는 여유가 있지만, DB손해보험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담보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연구실장은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 많은 기업은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며 “주식담보대출이 많은 기업에게는 어려운 시기로 가는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신동빈 회장도 보유하고 있는 롯데지주 1228만3541주(보통주) 중에서 72%인 890만6492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6개월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21만9780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주요 계열사인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등이 타격을 입어서 1년 뒤에 돌아오는 대출계약 연장 건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조현준 회장도 효성 주식 462만3736주 중에서 94%인 438만48주를 주식 담보계약을 맺었다.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계약은 이 중에서 30% 이상인 130만주가량이다. 대부분 증권사를 통해 체결한 계약 건이라서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한다면 반대매매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로 인해서 반대매매를 나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케이스라고 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회사 시스템 상에서 담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알림이 온다”며 “담보비율을 낮게 잡았거나, 추가로 담보를 제공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의 주식담보대출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리스크 관리팀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대기업 리스크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팀 내에서도 회장 주식담보대출이 마진콜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갔다”며 “오너의 주식담보대출은 재무담당 임원 정도만 알고 있는 건이라서 회사 전체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재무건전성만 괜찮다면 총수 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이 문제 되지 않는다”며 “혹여라도 대출 상환을 제대로 못한다면 향후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