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팬데믹 공포에 재원대책 없이 무차별 돈살포…"先방역·後정책기조 전환하라"

2020-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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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앞두고 정부여당 추경 증액 결정…일각선 40조원 동조

親文 김경수, 재난기본소득 총대…與, 선 긋지만 언제든 수면 위로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충격…금융위기 땐 先 금융·後 실물 위기

급성장한 中경제·늘어난 부채…과거 팬더믹, 美 경기침체 시기 겹쳐

제로금리·양적완화 도래한 세계 경제…트리플 약세 등 긴축발작 위험

이른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짓눌린 한국 경제가 '재정 딜레마' 늪에 더욱 깊게 빠졌다. 한층 가팔라진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유가 급락 등과 맞물리면서 항공·정유 등 국가 기간산업과 가계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자, 정부는 11일 뚜렷한 재원대책 마련 없이 긴급수혈 카드인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카드를 빼들었다.

당·정·청이 이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최전선에 선 '재난기본소득'의 문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파격적으로 제안한 '추경 40조원 편성' 주장에 군불을 때고 있다. 추경 증액 카드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한 사실상의 선제 조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실물 경제를 통째로 뒤흔들면서 '세계 경제 침체→신용 불안'으로 불붙을 조짐을 보이자, 10년 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 돈을 풀어 시장 안정화에 나섰던 전철을 다시 밟는 셈이다.

문제는 빚의 복수로 불리는 '재정의 역설'이다. 정부가 올해 512조원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발행하기로 한 적자국채는 60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세입예산은 애초 계획(294조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세금 293조5000억원)이 덜 걷혔다. 국세 수입이 예산을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정부 재정이 추경 증액을 할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코로나 '실물→금융' 전이…금융위기 땐 반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로셸시(市) 청사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이날 '봉쇄 존(containment area)'으로 설정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뉴로쉘 지역내 학교와 종교시설 등은 2주간 폐쇄되고 주 방위군이 투입된다. [사진=연합뉴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 충격 선후 관계'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유동성 위기로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금융→실물'로 경제에 충격파를 가했다. 금융 시스템 붕괴가 주택 가격 급락과 가계자산 증발 등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가한 '수요 쇼크'였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 체인이 어그러지면서 '실물→금융'으로 경제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공장 가동 중단과 관광업 붕괴 등이 생산량 감소와 내수 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공급 충격'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R(경기침체) 공포'로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2차 쇼크로 이어진 셈이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추경 규모는 11조7000억원(세입경정 3조2000억원+세출 추경 8조5000억원)으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추경(28조4000억원)의 절반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추경에 따른 국내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약 0.1%∼0.2%포인트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의 추경 증액 효과에 대해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성 교수는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 기여도는 1.5%, 민간 기여도는 0.5%에 불과했다"며 "재정주도로 성장한 정부가 올해 상반기 조기 재정집행에 이어 추경 증액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말했다.

◆덩치 커진 中·경기침체 美…부채역설 땐 '긴축발작'
 

11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덩치가 커진 중국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연쇄 붕괴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발한 2002년과 지난해 중국 경제 규모를 비교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네 배가량 증가했다. 제조업 대국인 중국에서부터 부품 공급 사슬이 막히는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기업 자금줄을 시작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채'는 글로벌 공급충격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과 국가금융·발전연구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245.4%로, 1년 전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총부채 비율을 최대 10%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기침체도 변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발생한 신종 플루와 미국 경기 침체 기간은 18개월(경기 정점 2007년 12월·경기저점 2009년 6월)간 겹쳤다"며 "그 이전 스페인 독감(1918∼1919년)과 아시아독감(1957∼1958년), 홍콩 독감(1968∼1969년) 때도 7∼9개월간 양자가 중첩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해 가계부채는 14조1500억 달러(약 1경6725조원)로, 1년 전보다 6100억 달러(약 710조원) 증가했다. 이는 2007년 1조 달러 이후 최대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 전 세계가 '제로금리·양적완화' 입구에 들어섰다.

전 세계가 또다시 빚의 역습에 걸린다면,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과 세계 증가 폭락 등이 일시에 터질 수 있다. 금융위기 직후 2013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자, '트리플(통화가치·채권가격·주가) 약세'에 따른 긴축 발작이 신흥국을 흔들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제일 먼저 추진해야 할 일은 재정 풀기가 아니라, 감염 확산 통제에 총력을 기울인 후 경기 하락과 연관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대구시당 후보자들이 11일 대구 동구 송라로에서 열린 4·15총선 국회의원 후보자 기자회견에서 대구·경북 민생재난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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