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코로나 19가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확산하게 된다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가 3200조원의 생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중국발 글로벌 공급망 쇼크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성장률이 지난해의 2.9%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감염증에 IMF 회원국 3분의 1이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는 더이상 지역적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대응을 요구하는 세계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유엔(UN)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생산 둔화로 전 세계 수출감소 규모가 59조 원, 한국은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경기 전반 빠르게 위축"
코로나19 확산세가 2달 동안 꺾일 줄 모르면서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6일 코스피지수는 45.04포인트(2.16%) 떨어진 2040.2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5643억원, 26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9일 코스피지수는 2000선 밑으로 하락 출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월 투자 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95.5에서 89.5로, 제조업은 96.5에서 87.7로, 비제조업은 94.1에서 91.8로 큰 폭으로 둔화했다.
수출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2월 수출은 조업일수 확대로 4.5% 증가했지만, 하루평균 수출액은 전월 5.9% 증가에서 12.2% 감소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로 내수와 수출이 본격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JP모건은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9%로 내렸고,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경우 연간 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코로나19 경제 영향 평가를 통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가량 줄고 취업자는 36만명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수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항공업계는 올 상반기에만 최소 5조 원의 매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숙박업과 요식업도 2% 넘는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의 여행 금지와 내수 감소가 6개월간 이어지고, 국내 코로나19 감염도 3개월간 이어지며 소비가 2% 줄어들 것을 가정한 상황에서의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비춰보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은 부진하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경기가 풀릴 것이라고 예측한 뒤 한 달 만에 시각을 바꾼 것이다.
2월 초 이후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했고, 제주도 관광객은 내국인(-39.3%)과 외국인(-77.2%)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을 예로 들었다.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까지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6일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거시경제금융 관련 기재부 실·국장들에게 “비상 경제 시국이라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해 빈틈없이 24시간 모니터링해달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기업 38% 코로나19로 매출 타격
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말 전국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600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95.2%가 고객이 감소했고, 하루 평균 고객이 5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활동 자제와 계속된 개학 연기에 따라 소매유통업, 학원 등의 타격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이후 ‘코로나19 대책반’을 가동해 기업 애로를 접수한 결과 38.1%는 매출 감소, 29.7%는 부품·원자재 수급 곤란, 14.6%는 수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교역국 중 9개국이 한국인 입국 제한을 하면서 해외 사업도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주로 중국과 거래 관계가 많은 제조업, 공단·제조업이 밀집돼 있는 경기·경남·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매출 감소와 원자재 조달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많았다. 또 일본과의 대치가 길어지면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빨리 잡힌다는 가정 아래 올 1분기에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2분기에도 성장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우태희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상근부회장)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적시에 과감히 시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만간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제안을 담은 종합건의서를 별도로 마련해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