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코로나 이면] "40명 중 5명이 병원 치료 기다리다 사망" 농민공은 생계위기

2020-0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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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에 의료진,물자 쏠리며 '외면'당한 중증환자들

휴업령, 봉쇄령에 일자리 잃은 저소득계층 '몰락'

코로나19 응급병원 지어놓고 임금체불 현상도

중국의 의료봉사자 중 한명인 천쉬안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 외 다른 중증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돕고 있다. 그가 돕는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강제 퇴원 당한 이들이다. 천쉬안이에 따르면 이들에게 간혹 투석이나 수술, 응급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은 이 환자들의 입원을 거부했다. 혹시라도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쉬안이는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지금껏 40명의 중증환자를 도왔는데, 이 중 5명의 환자들이 병원 치료를 기다리다 결국 집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후베이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의료진과 병상이 부족한 데다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가 봉쇄되면서 치료가 어려워지고, 필요한 약을 구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반 환자들이 ‘지옥’에 갇힌 신세가 된 셈이다.

신장암을 앓고 있는 위훙웨이는 수술을 단 며칠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들에 밀려 지난달 25일 우한연합병원 종양센터에서 강제 퇴원한 환자 중 하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위씨는 며칠 뒤 췌장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황달증상이 나타났다. 구토 증세 탓에 음식 섭취도 하지 못해 영양 주사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이처럼 한시가 급한 응급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입원을 하지 못했다. 우한의 대형 병원 대부분이 모든 인력과 물자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쏟아부어서 정작 그를 수술해 줄 의료진과 병상은 없었던 것이다. 위 씨의 동생과 의료봉사자들은 수 많은 병원에 그의 수술을 요청했고 결국 위 씨는 증상이 악화된 지 일주일 만에 작은 구립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 환자인 우한의 대학생 완루이도 골수 이식을 위해 허베이성 북부로 병원을 옮기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도시가 봉쇄돼 떠날 수 없게 됐다. 완 씨 어머니는 “병상에 있는 아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안락사까지 생각했다”며 “이 지옥에서 유일한 살 길인 허베이로 가는 길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우한에서는 위 씨나 완 씨처럼 암 수술이나 골수 이식, 기관지 천식 등의 긴급한 치료가 요구되는 환자가 수천 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이 최근 극찬했던 다른 정부라면 취할 수 없었던 ‘결정적인 조치’인 후베이성 봉쇄령의 이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말 중국 당국은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을 봉쇄해 이곳에 거주하는 약 5500만명 주민과 외부인의 접촉을 차단시켰다. 도시의 차량 통행도 중단시켰으며, 주민들의 거주지 이탈도 제한했다.

농민공의 피해도 크다. 농민공은 중국에서 일자리가 많은 도시로 나가 생활하는 농촌 출신 노동자를 뜻한다. 이주 노동 성격이 강한 농민공들은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 가족을 데리고 완전히 정착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농민공 대부분은 도시인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들의 경제활동은 사실상 한달 이상 멈춰졌다. 저소득 계층인 농민공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광둥성에 사는 농민공 왕성은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의 후커우(호적·신분증)에 출신지가 ‘후베이성’으로 표기된 탓에 아무데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기 떄문이다. 왕 씨는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후베이성을 다녀간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모아둔 돈이 거의 떨어져 가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 일하는 농민공 류원은 최근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춘제 연휴에 후베이성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광둥성 본가에 다녀온 사실을 안 집주인이 강제로 그를 내쫓은 것이다.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제까지 겨우 버텼는데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환자 긴급 수용을 위해 급조되고 있는 훠선산 병원. 1일 촬영된 사진이다. 병상이 1000개인 이 병원은 2일 완공돼 3일부터 신종 코로나 환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우한시 당국은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후베이성의 농민공들은 병상 부족으로 급하게 지어진 훠선산 병원 등의 보수공사 등으로 밤낮없이 일을 했지만 임금 체불로 고통을 받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 부터 등 10여 명의 농민공은 우한 훠선산 병원의 방수 공사를 진행했다. 급증한 코로나19 환자 수요을 위해 10일만에 지어진 훠선산 병원 이곳저곳이 비가 내리자 물이 샜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저 600위안, 최고 1200위안의 일당을 받기로 약속하고 방수작업을 마쳤지만 약속된 날짜보다 사흘이 지난 후에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업무 환경도 열악했다 훠선산 병원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제공된 의료품은 마스크 단 한개와 생수 한 병 뿐이었다. 본래 규정대로라면 확진환자 치료 병원에선 4시간에 한번씩 마스크를 교체해야 한다. 농민공들은 "마스크를 구하기도 힘들어 살 수도 없다"며 "근무 조건도 좋지 않았는데 임금 마저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지난해 4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고향을 떠나 중국 각 도시에서 살아가는 농민공은 모두 2억 8836만여명이다. 뉴욕타임스는 3억명에 달하는 중국 농민공의 한숨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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