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유행할 수 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관악구 국제백신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사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전파가 독감처럼 용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파가 쉽고 상대적 치사율이 높아 독감보다 위험한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사무총장은 “2015년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IVI는 메르스 백신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며 “당시 연구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민간 기업인 진원생명과학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올해 말 임상 2상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백신을 연구했던 진원생명과학이 이번에는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돌입했다. 진원생명과학의 모회사인 미국 기업 이노비오가 백신을 만드는 데 중심이 되고 있다. IVI가 삼성의 지원을 받아서 했던 메르스 백신 연구가 코로나19 연구에 좋은 밑거름이 된 것이다.
백신 개발 속도도 전보다 빨라졌다. 기존에는 바이러스 전체를 활용해서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바이러스 외피만을 만들 수 있는 DNA를 활용해서 개발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김 사무총장은 “이노비오는 3시간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 DNA 백신 설계를 마치고, 동물 실험에 착수했다”며 “보통 백신을 개발하려면 8~10년이 걸리는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절차를 간소화해서 6개월 내에 임상 1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IVI는 전염병은 터지고 나서 백신 개발에 착수하면 느리기 때문에 평소에 연구개발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백신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민간 기업과 정부 등 기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IVI도 기업과 협업을 통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IVI는 유바이오로직스와 콜레라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와는 장티푸스 백신을 만들고 있다. 이는 기업과 협력해서 이뤄낸 성과다.
2018년 7월 창설된 라이트펀드도 IVI가 주도해서 이뤄낸 성과다. 이 펀드는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 등 국내 5개 생명과학기업,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공동 출자한 국내 최초의 민관협력 비영리재단법인이다.
김 사무총장은 “라이트 펀드를 설립하는 데 IVI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민관협력을 통한 투자가 활성화돼서 더 많은 한국 백신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코로나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대구 지역에서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달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정부는 최신 정보를 취합해서 국민에게 최고의 이익이되는 판단을 내린다”면서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위생개선 제고, 여행 자제 등을 권고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면 마지막 조치는 사람 간의 접촉을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사스와 메르스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인에게 퍼져서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연구를 통해서 치료제와 백신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