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태양광 엑소더스] 中저가공세에 잇달아 생산중단…생태계 붕괴 우려↑

2020-02-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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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이어 한화도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공장 중단...신재생에너지 확대 위기

‘사실상 엑소더스(Exodus : 대탈출)가 시작된 것 같다’

국내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인해 단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태양광 업계가 잇달아 국내 생산을 포기한 것을 빗댄 말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탈(脫)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확대되는 반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토양은 황량하기만 하다.

실제로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량에서 국내 1위를 유지해온 OCI가 국내 생산을 포기했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들이 태양광 에너지 발전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사진=한화에너지 제공]



OCI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북 군산의 폴리실리콘 2·3공장의 문을 닫는다. 1공장은 설비를 보완해 오는 5월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계속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예정이다.

OCI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온 한화솔루션도 한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최종 결정했다.

김동관 사장이 2010년부터 주도해온 태양광사업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은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자 과감히 도려내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의 가동률을 낮추면서 사업 철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한화솔루션 측은 “폴리실리콘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의 절반 정도라 가동률을 높이면 높일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면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연내 사업 철수를 완료, 내년 실적부터는 적자가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 중 가장 앞선 소재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은 6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64%로 시장을 잠식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난립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전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 공급 과잉 사태를 야기했다. 그와 동시에 중국업체들은 저가 공세 전략으로 한국 업체들의 적자를 야기했다. 제조원가부터 높은 국내 업체들은 최근 몇년 새 적자를 감수하며 생산을 이어왔지만,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중국 상무부가 한국과 미국산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반덤핑 관세를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한 것도 우리나라 업체로선 큰 부담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OCI에 4.4%, 한화솔루션에 8.9%의 반덤핑 과세를 부과해왔다. 이런 과세 기조를 오는 2025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도 수입 태양광 셀과 모듈에 30%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OCI와 한화 등 굵직한 업체들이 잇달아 한국에서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자칫 태양광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위기"라면서 "향후 중국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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