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발표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시장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이후 다른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하락 전망을 이어갈 경우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애플 "정상화 속도 당초 예상보다 느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17일 성명을 내고 1~3월 분기 매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 만에 나온 실적 경고다. 애플은 "중국에서 위탁업체들의 조업이 재개됐으나 정상화 속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느리다"면서,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아이폰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아이폰 등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애플은 올해 1~3월 매출 전망치를 전년 대비 9~15% 증가한 630억~670억 달러로 제시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파장을 반영해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이었다.
중국은 연장한 춘제 연휴가 끝나면서 공장들이 조업을 재개하고 있으나 일부 인력 복귀가 늦어지면서 공장 재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애플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의 허난성 정저우 공장은 코로나19 공포로 회사 복귀를 미루는 직원들에게 1인당 3000위안(약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고까지 내걸었다. 폭스콘의 경우 2월 말까지 중국 본토 생산량의 50%, 3월 중순까지 80%를 회복하는 게 목표다.
◆"다른 기업 실적 하향 이어지면 월가도 흔들릴 것"
애플의 실적 경고는 고공 행진하던 미국 증시에도 파문을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공급망과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도 줄줄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국 뉴욕증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을 배경으로 몇 차례 신고점을 갈아치워왔다. 대장주인 애플의 주가 역시 1월 말 지난 분기 실적 호조를 발표한 뒤 역대 최고치 부근을 지켜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실적 악화가 애플을 통해 확인된 만큼 시장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대니얼 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치 못한 애플의 발표는 코로나19가 중국의 아이폰 공급망과 전 세계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포를 키웠다"면서 그 피해 정도는 "걱정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고 진단했다.
18일 아시아 증시에서도 애플 납품업체 주가가 줄줄이 내려가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일본 무라타제작소, 다이오유덴, 홍콩의 서니옵티컬, AAC테크 등이 장중 3% 넘는 낙폭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