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人사이드] 친중의 마스코트 훈센...팔 벌려 맞은 크루즈서 확진자 나오자 '무안'

2020-02-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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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필요없다며 코로나19 사태에도 中 정부 적극지지

시아누크빌항 하선한 웨스테르담호 승객 확진에 당혹해져

#.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진짜 질병은 공포라는 병이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다. 마스크 착용은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국민은 캄보디아에서 내쫓아 버리겠다. (자국민의 우한 철수는) 캄보디아의 경제를 죽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조치일 뿐이다."(지난달 30일, 훈 센 캄보디아 총리의 기자회견)
 

지난 14일(현지시간)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린 탑승객에게 꽃다발을 주며 환영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크루즈 여행객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훈 센 캄보디아 총리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훈 센 총리는 친중을 넘어 애중(愛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중 성향의 정치인이다. 앞서 그는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을 향해 세계의 질타가 쏟아지자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중국을 지지하면서, 어려울 때 배신하지 않는 "진짜 친구"임을 증명했다.

그는 캄보디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미온하다는 안팎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4일에는 "내가 중국 우한에 직접이라도 가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5일 그를 만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말릴 정도였다.

이날 그는 리 총리에게 "중국과 실용적인 협력을 강화해 캄보디아-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속내를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게 자신의 아들인 훈마넷 캄보디아 왕실 육군사령관(가운데)을 소개하고 있다.[사진=훈마넷 페이스북]


15일 말레이시아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 탑승했던 83세 미국 여성이다. 이 여성은 지난 15일 캄보디아에서 하선한 후 비행기를 통해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웨스테르담호가 캄보디아에 도착한 것은 전적으로 훈센 총리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1일 홍콩에서 출항한 웨스테르담호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일본과 대만, 필리핀, 태국, 미국령 괌에서 입항을 거부해 2주일가량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3일 훈센 총리가 웨스테르담호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 입항을 허가했다. 이날 캄보디아 보건부는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한 뒤 전원 이상이 없다며 이튿날 하선을 허락했다.

세계는 훈센 총리의 이런 통 큰 결단에 찬사를 쏟아 냈다.

훈센 총리는 1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질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위급한 시기에 인도주의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직접 시아누크빌항에 헬기를 타고 가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하선 승객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했다. 하선을 축하하는 장미꽃을 나눠주기까지 했다.

2주 만에 육지에 발을 내디딘 승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훈 센 총리와 캄보디아에 감사를 표했다. 한 어린이 승객은 종이에 "고마워, 캄보디아"라는 손글씨를 써서 내보이기도 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름다운 나라 캄보디아에 감사한다"며 "미국은 캄보디아의 호의를 기억할 것"이라고 트위터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이웃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이를 뒤집는 검사 결과가 나오자 캄보디아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캄보디아 보건부는 말레이시아 당국에 해당 확진자의 재검사를 요청한 상태다.
 

14일(현지시간) 시아누크항 부두에 도착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헬기에서 내리면서 웨스테르담호 탑승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크루즈선 탑승 2주만에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서 하선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웨스테르담호 탑승객들.[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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