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금융당국에서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9명 중 4명이 금융당국 징계 이후 검찰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2009년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 사장에게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이유로 각각 직무 정지 3개월과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2010년에는 강정원 전 KB금융 회장(문책 경고·부실 투자 손실)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직무 정지 3개월·실명 확인 안 된 차명계좌 개설), 문동성 전 경남은행장(문책 경고·금융사고)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2013년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에게는 중소기업 대상 대출 이자 부당 취득 혐의로 문책 경고가 내려졌다. 2014년엔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저축은행 부당지원 혐의로 문책 경고를 받고 사임했고,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은 KB 사태를 촉발한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감독 책임으로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9명 중 4명의 CEO는 검찰수사와 재판 등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황 전 회장은 3년간의 행정소송을 통해 2013년 대법원에서 중징계 무효 결정을 받아냈고, 강 전 회장과 라 전 회장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전산기 선정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고발된 임 전 회장도 2015년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론을 받았다.
금감원은 작년 말 기준 29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1건의 제소를 제외한 28건이 피소됐다. 2018년에는 18건 중 18건 모두 피소됐으며 2017년 36건 전부, 2016년 19건 모두 피소됐다. 금감원의 승소율은 90%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지주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승률이 높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경우 금감원의 승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특히 행정소송을 내면서 은행장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취소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취소가 인용될 가능성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이 금융당국에 대한 감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선 점도 부담이다. 감사원은 2017년 '금감원 기관 운영 감사' 결과에서 금융사와 임직원에 대한 징계 근거를 명확히 하라며 '그림자 규제'를 철폐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융사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근거가 불명확해 사실상 '그림자 규제'로 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은 사임 후 소송을 이어나갔지만, 이번 경우는 사임하지 않고 가처분 취소 신청을 시작으로 소송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당사자가 개인이기는 하지만 현직 금융지주 수장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정면충돌하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