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의 정치학] ①​'성골'과 '6두품'으로 나뉘는 정치인 전과…때로는 정계입문 '효자 노릇'

2020-02-0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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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민주당 원내사령탑 '4인'...집시법 위반 전력

민주당 초재선부터 4선까지...집시법 위반 모두 19명

속칭 ‘빨간 줄’이라 불리는 ‘전과’도 훈장이 될 수 있을까. 죄목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사회에서 전과자를 반기는 곳은 없다. 실제 일부 사기업은 지원자에 ‘범죄경력조회서’를 요구해 그의 과거를 살피고, 공무원 조직의 경우 공무원법에 따라 ‘금고 이상 형을 선고 받은 자’의 취업을 제한한다.

그러나 이런 ‘전과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운동권 출신들이 학생 운동 과정에서 보유한 전과는 오히려 ‘네 사람과 내 사람’을 구분하는 잣대이자 정계 입문의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20대 국회...운동권 관련 ‘전과’ 최다 

4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분석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과 현황’에 따르면, 전체 당선자 300명 중 전과 기록을 보유한 의원은 모두 92명(30.7%)으로 나타났다.

죄목별로 보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집시법 위반)이 33건으로 최다 전과 건수를 기록했다. 국가보안법 위반(21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20건), 도로교통법 위반 중 음주운전(20건), 도로교통법위반(12건), 특수공무집행방해(13건) 순이다.

이중 주목할 죄목은 집시법 위반이다. 집시법 위반 혐의는 운동권 출신들의 ‘훈장’으로 불리는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19명이 집시법을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특히, 집시법을 위반한 민주당 의원들은 사실상 민주당 핵심층으로 분류된다. 실제 20대 국회 이후 민주당 원내사령탑을 맡은 우상호·우원식·홍영표·이인영 의원 모두 집시법 위반 전력이 있다.

우상호 의원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88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88년 특별사면)을 선고받았다. 우원식 의원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82년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홍영표 의원은 건조물침입·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집시법·노동쟁의조정법 위반 등 병합해 86년 징역 1년(87년 특별복권)을 선고받았다.

현재 민주당 원내사령탑인 이인영 원내대표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1대 의장이었다. 이력에서 보듯 이른바 ‘엘리트 운동권’으로 불린 이 원내대표는 집시법 위반으로 88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88년 특별사면)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송영길·원혜영(4선), 김태년·김영춘(3선), 박홍근·김경협·이원욱(2선), 박용진·이훈·위성곤·김영진·김경협·김두관·김현권(초선) 의원 등이 집시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권’ 윤건영·김민석·유송화...21대 총선 출마

오는 4월 15일에 열린 21대 총선에서도 운동권 ‘훈장’을 가진 예비후보들이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박영선 의원의 입각으로 무주공산이 된 구로을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윤 전 실장은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에서 활동했다. 그는 92년 집시법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화염병사용등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80년대 학생운동권의 대부 김민석 전 의원은 영등포구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80년대 당시 학생운동권 사이에선 ‘서울대는 김민석, 고려대는 허인회’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운동권 내에서는 ‘대부 2인방’ 중 한 명으로 통했다는 얘기다.

김 전 의원은 86년 2월 폭처법·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7월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88년 3건의 범죄 혐의에 대해 특별사면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0년대 운동권 생활을 한 유송화 전 춘추관장도 노원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전 관장은 노원구의회 의원을 지낸 뒤 참여정부 시절 시민사회수석 행정관,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으로 활동하다 권혁기 전 춘추관장의 뒤를 이어 2대 춘추관장에 올랐다.

유 전 관장은 88년 11월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된다. 91년에는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점유물이탈물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날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인들은 (운동권 전과를) 훈장이라 생각하는데 딱히 예전만큼 훈장의 가치가 덜하다”면서 “거의 다 해소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소속정당에 따라 당내 경선이나 본선 유불리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실제 당원 50%가 참여하는 당내 경선의 경우 운동권 전력 등을 높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노원갑 출마 선언하는 유송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유송화 전 춘추관장이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총선 '노원갑'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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