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너 없다"...잠실·서울숲 등 단지명의 경제학

2020-01-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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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파크, 목동 ○○캐슬, 서울숲 ○○ 등의 공통점은?

[아주경제 DB]


아파트 단지 이름은 사람으로 따지면 첫 인상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때문에 몸값 높은 아파트는 강세권(한강 인접단지), 공세권(공원 인접단지), 역세권(지하철 인접단지), 학세권(우수학군 인접단지) 등 저마다의 히든카드를 앞세워 이름을 짓는다. 단지 이름앞에 '서울숲', '한강', 'DMC' 등 특정 단어가 들어가는 것 만큼 가성비 높은 마케팅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 풍납동 우성·삼용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행정구역상 풍납동으로 잠실과 올림픽공원을 주 생활권으로 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 이들의 시장가치가 높다는 점을 반영해 단지 이름으로 모두 선택했다. 실제 강동구와 송파구가 인접한 지역의 오피스텔·빌라·나홀로아파트 등에 '잠실'이 사용된 경우는 10여개나 된다.  
'서울숲'도 아파트 네이밍 단골 소재다. 지하철 2호선(뚝섬역)과 분당선(서울숲역)이 지나는 이 일대에는 '서울숲 트리마제(10억~45억원)', '서울숲 힐스테이트(11억~47억원)', '한화 갤러리아 포레(32억~60억원)', '아크로 서울포레스트(2021년 1월 예정)' 등 대표단지만 4곳이다. 서울숲 단지에 붙는 프리미엄이 워낙 높다보니 왕십리나 행당 등 생활권이 전혀 다른 지역의 아파트들도 '서울숲리버뷰 자이', '서울숲더샵', '서울숲행당푸르지오' 등 서울숲 이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에 조성된 디지털미디어시티(DMC)도 마찬가지다. 건설사들이 DMC에 신축 아파트와 업무지구를 공급하면서 이 인근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자 후광효과를 노리고 지은 이름들이다. SK건설 'DMC SK뷰', 롯데건설 'DMC 롯데캐슬더퍼스트', GS건설 'DMC자이'는 행정구역상 은평구 수색동, 증산동이지만 단지 이름은 DMC를 연상케 한다. 서대문구 북가좌동·남가좌동에 위치한 'DMC래미안e편한세상', 'DMC파크뷰자이' 등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 대장지구에 현대건설(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과 포스코건설(판교 더샵 포레스트), 대우건설(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이 각각 공급한 아파트들도 단지 명에 '판교'가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는 판교의 중심 생활권과는 거리가 있다. 판교와 분당구민들은 보통 판교동, 삼평동, 백현동 등을 판교신도시라고 부른다.

[아주경제 DB]


상황이 이렇다보니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된다. 재건축이 진행중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경우 최근 단지명을 공모했는데 이스텔라, 델루시아, 에비뉴포레 등 거론되는 후보군 뒤에 올림픽공원 인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올림픽파크 포레' 등을 추가로 넣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름이 길어지면서 특정 지명이 들어간 단지는 "믿고 거른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50대 직장인 A씨는 "정작 잠실에 사는 사람들은 단지 이름앞에 굳이 동네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면서 "비싼 지역 이름에 기생한다고 자기 동네 품격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지역민들 스스로 의식 수준을 높여야 동네 수준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지 이름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단지 명은 지자체 분양승인을 받으면서 심사가 진행되지만 제재는 특별히 없다. 건설사 관계자는 "인기 이름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다보니 배송오류, 행정착오, 인근 주민과의 갈등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네이밍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과도해지면 의식있는 소비자의 경우 오히려 반발감을 불러일으키고, 집값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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