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폐렴 발병지' 후베이성 8개 도시 '봉쇄'
24일 후베이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한 폐렴 발병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이미 지난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봉쇄령'이 내려졌다. 시내 모든 버스, 지하철, 장거리버스 노선 운영이 중단된 것은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공항, 열차를 이용해 우한을 떠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우한 인근 도시 7곳에도 줄줄이 봉쇄령이 떨어졌다. 황강(黃岡). 어저우(鄂州), 츠비(赤壁), 셴탸오(仙桃), 첸장(潛江), 징먼(荊門), 지장(枝江)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현재 우한시 실제 상주인구가 1400만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 황강 750만명, 어저우 100만명, 징먼 300만명 등으로 모두 합치면 3000만명에 달한다. 이 많은 인구가 사실상 도시에 갇히게 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공항, 지하철은 정상 운영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담당 대표 가우덴 갈레아는 이날 로이터에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봉쇄한 것은 WHO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미 춘제 연휴를 앞두고 우한시 주민이 대거 도시를 떠났다며 도시 봉쇄령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한 현지 시찰을 다녀온 관톄 홍콩대학교 신종 전염병 국가중점실험실 주임은 홍콩 명보를 통해 우한 폐렴 감염규모가 사스의 10배 이상이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앞서 사스 발발 당시, 37개국에서 8000여명이 감염되고 사망자 수만 774명에 달했다.
◇우한폐렴 전담 병원 짓는다···사스모델 참고
우한시 정부는 과거 사스 발발 당시 대응 방안을 적극 참고해 우한폐렴 전담 병원도 신속히 짓기로 했다.
24일 중국 온라이매체 제몐에 따르면 우한시 정부는 이날 중국 국유건설기업인 중건3국그룹(중국건축제3공정국집단)에 베이징 '샤오탕산(小湯山) 모델'을 참고해 엿새 이내 병원을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샤오탕산 모델은 앞서 사스 발병 당시 베이징시가 교외 창핑(昌平)구 샤오탕산에 사스 환자 격리 수용 및 치료를 위한 '야전병원'을 일주일 만에 신속히 지었던 경험을 말한다. 환자 수용 가능 규모만 1000여명을에 달했던 사오탕산 병원에선 두 달간 전국 사스 환자의 7분의 1을 치료하며 사스 퇴치에 큰 기여를 했다.
중건3국그룹은 24일 저녁까지 설계도를 완료해 우한시 외곽 차이뎬(蔡甸) 즈인호(知音湖)에 1~2층 높이의 판잣집 형태로 병원을 건설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모나 수용가능한 환자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날 우한폐렴 방역을 위해 후베이성에 10억 위안(약 1685억원) 보조금을 긴급히 지원했다. 현재 전국 각지 병원, 의료단체, 기업 등에서도 후베이성으로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WHO "우한폐렴, 국제 비상사태 선포 단계 아냐"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시간) 긴급위원회를 열고 중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로 확산하고 있는 '우한(武漢) 폐렴'에 대해 아직 국제적인 비상사태로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디디에 후상 WHO 긴급 자문위원회 의장은 위원회 이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국제적으로 우려하는 공중보건 긴급사태로 간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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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처음 발병한 우한폐렴 환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서부 일부를 제외한 27개로 퍼졌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24일 오전 8시 30분 (현지시각) 기준 중국내 감염 확진환자 수는 우한시가 소재한 후베이성 444명을 비롯, 베이징 26명, 상하이 20명, 광둥 53명, 저장 27명, 쓰촨 8명, 산둥 9명 등 모두 830명이다.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8명 더 추가된 25명으로 늘었다. 여기엔 허베이성의 80세 노인 남성도 포함됐다. 후베이성 밖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2명), 마카오(2명), 대만(1명)에서도 감염환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