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휩쓸고 인접국으로 번진 '우한 폐렴'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도 상륙했다.
감염자가 하루에 100명 이상씩 급증하는 가운데 사망자도 두 자릿수 진입을 앞두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각종 처방이 떠도는 등 사회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우한폐렴' 美 상륙, 전 세계가 공포
22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생건강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우한 폐렴' 확진자가 13개 성급 지방정부에 걸쳐 44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9명으로 하루 만에 3명이 늘어났다. 남북으로는 광둥성부터 베이징까지, 동서로는 상하이·절강성에서 충칭·쓰촨성까지 사실상 중국 전역이 영향권에 들었다.
이날 마카오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가운데 바이러스는 한국과 일본, 태국 등 인접국으로 번진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1일(현지시간)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CDC 관계자는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추가 발병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보건 당국은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확산 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리빈(李斌) 위생건강위 부주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폐렴은 주로 우한과 관련이 있으며 이미 사람 간 전파와 의료진 감염 현상이 나타났다"며 "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있어 추가 확산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우한, 가지도 말고 나오지도 말아라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절대 다수는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분포돼 있다.
우한을 제대로 통제해 바이러스 유출을 최소화하면 조만간 사태가 진화될 것이라는 게 중국 보건 당국의 판단이다.
리 부주임은 "전염병은 우한 내에서 통제해야 한다"며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고 농수산물 시장 관리·감독과 야생동물 통제를 강화해 (우한) 내부 확산을 막고 외부 유출을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장도 전날 중국중앙방송(CCTV)에 출연해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 중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춘제가 되면 우한에서 500만명의 유동 인구가 발생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바이러스) 폭발의 정점이 올 수 있다"며 "우한 때문에 다른 도시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까지 동원해 우한을 오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다른 지역 시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한에 가지 말고, 우한 시민은 최대한 우한에 머물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위챗과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중국은 우한행 교통편을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는 등 우한과 여타 지역을 격리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내놓는 중이다.
◆각종 루머 횡행, 사회 혼란 가중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한 각종 품목이 동나고,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처방이 도는 등 사회 혼란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병원균 예방이 가능한 N95 마스크와 의료용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수요가 폭증세를 보이자 일부 업자들은 가격을 최대 10배로 올렸다.
알리바바와 징둥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해당 품목이 이미 품절된 상태다. 중국 당국은 생산량 확대를 지시하는 한편 '앉아서 가격을 올리는' 행태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상하이와 광둥성 정부는 사회 혼란을 틈타 폭리를 취하는 업자들에 대한 감시 및 순찰에 나섰다.
민심이 동요할 만한 각종 루머를 차단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위생건강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한 내 병원에 병실이 부족해 감염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 "사실 무근이며 충분한 준비가 갖춰져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전날에는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약용 식물인) 판란근(板藍根)을 달여 마시거나 식초를 끓여 증기를 쐬는 건 효과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민일보도 "흡연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거나 항생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소문은 모두 낭설"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