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공부하고 때로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의 군자 3락 중 첫째의 낙이요, 김형석 교수가 건강하게 사는 비법으로 꼽은 첫째 덕목이니, 공부야말로 우리를 존재케 하는 힘이요,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 믿는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읽고 쓰고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나의 공부법 중 하나요, 살아가는 즐거움이다. 이른바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다.
무엇을 배우겠는가? 배움에는 경계가 없으니 무엇이든 좋아하는 걸 배우라. 내 나이 70이지만 나는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하여 음악 공부를 하고 있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 보니 그 자체로 즐겁고 분명한 삶의 이유를 찾아간다.
마침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평생교육을 하는 곳이기에, 이러한 사회현상이 참으로 반가운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학창시절 물리도록 공부를 하고 이제는 끝이라 생각했건만, 세상이 이리도 빨리 변하니 알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물며 인생은 또 얼마나 긴가? 100세 시대에 이르게 되니, 새삼 그 긴 세월을 죽기만을 기다리는 하릴없는 삶은 정말 아니로구나 느껴진다. 평생 직업의 개념도 사라지고, 60에 은퇴를 한다 해도 어림잡아 30~40년은 무엇을 하며 보내겠는가. 마땅한 일거리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가장 좋은 대안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봉사도 있고 여행도 있고 많은 좋은 일이 있겠지만 그래도 공부만 한 것은 없지 싶다. 그 공부가 밑거름이 되어 내게 또 다른 직업을 얻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일 것이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면 먼저 책부터 읽자. 한 사람, 혹은 여럿의 고뇌가 담긴 한 권의 책은 누군가 정리해 놓은 지혜를 오롯이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공부 파트너다. 두 번째는 취미를 전문화해 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을 취미라고 하는데, 지금부터는 좀 더 깊게 파고들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일례로 와인을 좋아한다면 와인의 역사부터 종류 및 비즈니스 매너까지 심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청중 앞에서 한 시간 이상 와인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것이다. 또 이런 공부가 홀로여서는 재미가 없다. 이왕이면 가족끼리 또는 배우자와 함께 하는 공부라면 더 좋겠다.
나 역시 배움을 즐기지만, 늦은 나이에 성악 공부를 하며 참 쉽지 않음을 깨닫기도 한다. 수업도 상당히 어렵고, 수시로 과제도 주어지고, 마스터 클래스로 휴일 반납도 해야 하고, 음악회도 가야 하고,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지만 그때마다 '왜 내가 여길 왔는가? 학위가 필요한가? 학점이 중요한가? 아니다, 그냥 노래 잘하려고 왔다. 이것이 본질이고 초심이다'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이렇게 한 땀 한 땀 다지며 올라 언젠가는 만장한 청중 앞에서 이탈리아의 오페라를 열창하는 날을 상상할 수 있음은!
산다는 게 무엇인가? 단 하나라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 뛰고 눈 반짝여지는 게 있다면, 그는 살아 있는 것이다. 70세 노인이라도 청년인 것이다. 평생교육의 시대, 배움만 한 것이 있겠는가? 무엇이든 배우면 된다. 내 평생에 누구더러 무얼 하라 해본 적이 없지만 공부만큼은 꼭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내가 페북 서당(書堂)을 운영하게 된 것도, 선(善)한 의지(意志), 호연지기(浩然之氣), 역사의식(歷史意識)을 삶의 모토로 삼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공부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각자 형편이 다르시겠지만 형편 되고 시간 되고 뜻 되시는 분들은 반드시 공부하시기를 권한다. 또 이 배움을 실천하고 널리 퍼뜨려 주시기를 청한다. 아마도 큰 보람이요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