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킬까"...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앞두고 '중국 불신론'

2020-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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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과제는 중국의 합의 이행 강제

"中, 약속 어기는 과거 패턴 반복할 수도"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가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서명을 통해 공식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서 중국의 약속 이행을 둘러싼 불신론이 여전히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때문에 1단계 합의는 아직 중요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1단계 합의에는 중국이 미국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환율을 조작하지 않고, 미국산 농산물과 제품을 2000억 달러어치 추가 구입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그 대가로 미국은 당초 중국산 제품 1560억 달러에 물리기로 했던 관세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해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1200억 달러어치에 물리던 관세율은 15%에서 7.5%로 낮추기로 했다. 2500억 달러어치에 부과하던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중 무역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달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거두게 될 정치적 승리와는 별개로 이번 합의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3일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 행정부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중국에 수십년 동안 속아왔다는 점을 미뤄볼 때 아직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번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라는 즉각적인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하는 '스냅백'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드 블랑셰트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중국 전문가는 중국 경제 국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1단계 합의에 포함된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신호가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규정에는 간신히 발을 걸치되 그 정신은 무시하는 패턴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봤다.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관세 보복에 나서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공포가 다시 고조될 경우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하원의 탄핵을 받아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과에 마이너스 점수가 될 리스크를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블랑셰트는 탄핵 정국이나 이란과의 갈등 고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악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하원 탄핵 후 중국에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우리가 갖고 있다. 우리가 트럼프보다 더 많은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무역합의 뒤 각국에 합의 이행을 감시하고 분쟁을 처리할 특별 사무실을 두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특별 사무실이 제 역할을 할지도 불투명하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무역 협상가는 독립적 패널이나 중재자가 없을 경우 특별 사무실의 판단이 양국의 정치·경제적 압력과 이익 관계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충실히 약속을 이행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트럼프 행정부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커틀러는 설명했다.

미·중 양국이 1 단계 협상에 무난히 합의하더라도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 문제 등 핵심 쟁점이 다뤄질 2단계 협상은 훨씬 험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조금 폐지는 공산당 주도 경제성장 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중국에게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2단계 합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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