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투더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편집자주>
장생술 보완 과학기술의 트렌드
불로장생술의 핵심은 일상의 생활습관 개조에 있다. 먹는 것을 절제하고 움직이는 것을 장려하는 행동양식의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다. 그러나 현대에 사는 일반인들의 삶에서 이러한 생활습관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요원한 일이다. 고령화시대에 건강장수를 추구하기 위해서 각 개인들이 생활패턴 개선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퇴행성질환을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생활패턴 개선을 위하여 스스로가 해야 하는 신체적 노력에서 성과를 이루지 못할 때는 과학기술이 동원되어 개인의 생활패턴과 습관을 보완해주어야 한다. 바로 신체 독립적 불로장생술이 여의치 못하였을 때 새로운 과학기술 의존적 불로장생술에 의탁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의 식이나 운동패턴 및 생활습관을 지원하는 과학적 연구들이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첫째 일반적인 식단과 식습관의 문제이다. 대표적 식단으로는 지중해식단이 부각되고 있다. 식단의 구성성분과 과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는 널리 추진되어 왔다. 이에 덧붙여 장수 조건으로 권장되어온 소식에 대해서 과학기술이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 식이섭취 조절을 위한 소식효과 대체약물(CR mimetics)의 개발이다. 강제적으로 식욕을 제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식후 영양분의 섭취나 대사적 활용을 제한하여 소식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약물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일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둘째 운동에 의한 건강증진을 위하여 다양한 운동요법들이 최근 장려되고 있다. 걷기, 조깅, 등산, 정원 가꾸기 등의 간단한 운동부터, 헬스시설에서의 근력운동이나 수영, 요가, 태극권 등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운동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서는 운동효과대체약물 (exercise mimetics)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병상에 오래 누워있어야만 하는 와상환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실제 몸을 사용하여 직접 운동하지 않더라도 약물복용을 통하여 근육과 뼈, 그리고 심폐기능 등을 개선할 수 있다면 건강을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리라고 기대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운동이 초래하는 다양한 심신효과를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적어도 근골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물들의 개발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직접적 신체활용을 통한 노력을 하지 않고 약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택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백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신체운동효과를 대체하는 약물들은 단기간이 아니고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부작용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점 때문에 이러한 약물에 대한 임상허가가 쉽지만은 않다.
셋째 도교의 양생술에서 강조했던 방중술 경우도 비아그라(Viagra)의 발명으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고대부터 음양의 조화를 통해서 양생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매우 소중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여러 계파에 따라 각종 비결의 술기들과 비밀 약제가 개발되어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삼국에서 은밀히 전수되었다. 하지만 고가의 비용과 재현성이 미미한 효과로 논란이 일어나고 보편화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남성강장제로 우연히 발견된 비아그라와 그 후속 약제들은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이 약제는 고령인의 성적 능력을 강화해줄 수 있어 고령인의 삶의 질이나 생활패턴에도 영향을 미쳐 고령사회의 남녀관계, 사회적 윤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이든 사람들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넷째 생체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을 보정하는 시스템과 생활습관을 개선함에 있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물의 공급이다. 물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므로 정수한 물을 공급하고 폐수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이 사용하도록 물을 정수하는 기기의 개발도 아울러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호흡하는 공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또는 초미세먼지뿐 아니라 각종 환경오염원들이 만연하게 되어 이를 회피하거나 배제하기 위한 공기정화시설이나 공기청정기의 개발이 장려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섭취하던 맑은 공기 맑은 물을 이제는 인위적 노력으로 확보하여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더욱 절실해져 가고 있다. 나아가서 몸을 정화하는 목욕 습관의 중요성이다. 신체의 노폐물이 목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수의 온도를 조절하거나 특정 성분의 첨가로 신체의 응내성을 키우는 방법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풍욕을 통해서 신체기능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깊은 산속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풍욕을 하는 도인들의 양생술을 현대화하여 적절한 공간을 조성하여 실천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섯째 생체기능을 보조하거나 증강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물리적 장치인 인체를 지원하는 기계의 개발이다. 부작용을 줄이고 직접적 혜택을 주는 장구의 개발은 의공학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상용화되고 있다. 치아의 경우 틀니의 수준을 넘어 임플란트로, 손 팔 발 다리의 경우 의족 의수의 수준을 넘어서 인공 로봇 팔 손 다리, 장기의 경우 심장의 카테터, 인공신장, 인공 간뿐 아니라 감각기의 경우 의안 수준이 아닌 구글의 안경, 시각보조장치, 청각 보조 장치 등 놀라운 생체기능 보완 장구들이 개발되어 이미 활용되고 있다. 전자공학적 기술의 혁신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전한 장구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생체기능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생체보조기구 개발은 기본적으로 보조(assist), 증강(enhance), 치환(substitute) 등의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보조 증강기술로는 팔 다리와 같은 근골격, 눈, 귀와 같은 감각기 등이 쇠약상태에 빠졌을 때 신체에 부착시키는 장치를 사용하여 기능회복을 돕거나 증강시키는 일이다. 치환 기술로는 신장, 심장, 간, 췌장, 등의 오장육부를 대체하는 인공장기를 사용하거나 사지를 기계장치로 대체하는 기술들이다. 그리고 이동성을 도와주는 각종 보행지원장치의 개발은 이 분야에서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무인자동차와 같은 경우는 자동차운전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연로한 사람들에게 원거리 이동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어 고령사회에 필수적인 개발품목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로봇공학과 통신수단, 나노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크기와 형태가 축소되고 기능이 향상되어 생체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생명체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궁극적인 접근방법으로는 생체 자체 구조의 인위적 혁신 개조가 있다. 유전자 제어 및 조작을 통하여 제반 생체부위의 구조와 기능을 개혁하는 방안이 가능해져 가면서 인류개조 및 새로운 인류 창조라는 엄청난 세상의 도래가 초미의 일이 되고 있다.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차차 설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