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불로초보다 실천적 불로장생술을 찾아서

2019-12-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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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17)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투더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편집자주>


허구의 불로초보다 실천적 불로장생술을 찾아서


불로장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은 찾지 못한 천연 불로초 대신 불로초에 해당하는 약물을 직접 인공적으로 조제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는 야금술의 발달과 더불어 수은, 비소, 유황을 주재료로 하여 형상과 색채가 자유로이 변환하는 금속물질을 위주로 단약을 만들고자 하였다. 단약은 오랫동안 방사들의 비술적 방법으로 제조되어 16세기 무렵까지 황실을 비롯한 고관대작과 부자들이 사용하여 왔다. 연단술은 아랍권으로 전파되고 유럽으로 전승되면서 연금술로 발전하였으며, 근대까지 이어져 천년이 넘도록 철학과 의학의 중심 과제를 이루었다. 그러나 천연 또는 인공의 영약들은 수많은 부작용을 야기하였다. 그 결과 반작용으로 불로초와 같은 천연 또는 인공 약제의 복용보다 차라리 신체를 직접 단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운 방향의 불로장생술 기법이 다양하게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불로초나 단약과 같은 약물에 의존하는 물질의존적 불로장생술보다 신체를 단련하는 섭생적 불로장생술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생활습관 개선과 신체 단련을 중심으로 발전한 불로장생술은 종교적 위상으로 승화하였다. 이 과정에 깊숙이 민중에 파고 든 도교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아직도 중국을 비롯한 동양권에 달생법과 양생술로 전승되어 문화적·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명산 중에 무이산이 있다. 자연, 생태, 문화 세 가지 영역에서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특별한 지역이다. 성리학을 완성하여 유학의 법통을 이룬 주자(朱子, 본명 朱熹)가 학문을 완성하고 제자를 양성한 무이정사(武夷精舍)가 이곳에 있다. 그곳은 조선조 유학자들이 반드시 가고 싶어하는 성리학의 성지였다. 무이정사 가까이에  도교 36성지 중의 하나로 도사들이 승천하는 장소인 거대한 암석산 천유봉이 있다. 그 정상에 팽조(彭祖)를 모시는 사당이 있다. 팽조는 천년 가까이 살면서 부인을 49번이나 바꾸었고, 장생술의 일환인 방중술 비법을 완성하였다는 전설의 당사자이다. 사당 안쪽 기둥 양편에는 도교 불로장생술의 비결 두 가지가 새겨져 있다. 은수서산수정양성 내장생불로극공 (隱水棲山修精養性 乃長生不老極㓛)과 찬하복기토고납신 위익수연년요지(餐霞服氣吐故納新 爲益壽延年要旨)이다. 맑은 물 깊은 산에 숨어 살며 정기를 단련하고 본성을 다스리는 것이 불로장생의 최고방안이며, 이슬 먹고 호흡을 다스리며 낡은 것을 뱉어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면 해를 거듭할수록 건강해지는 핵심방안이라는 의미이다. 불로장생술의 핵심 요건인 깊은 산 맑은 물은 청정한 지역으로, 공기와 물이 맑고 열심히 신체 단련을 할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을 거론하고 있고, 이러한 장소에 살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소식하며 호흡을 거칠게 하지 말고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취하는 적극적인 쇄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실천적 생활패턴을 강조하고 있다. 도교의 불로장생술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인 양생술은 대략 살펴보면 음식 섭생의 섭양술, 호흡조절의 복기술,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신체단련의 도인술, 음양조화를 통한 방중술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섭양술로는 소식과 생식을 위주로 하라는 벽곡, 신선이 되는 장생식 또는 단약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라는 복이가 있다. 약으로는 웅황이나 단사와 같은 광석과 지황이나 영지 같은 천연식물으로 구별되며, 효능에 따라 천신이 되는 상약, 양생의 중약, 질병치료와 요괴 구축 의미의 하약이 있다. 호흡조절의 복기술에는 조식, 태식, 폐기와 토고, 납신, 행기가 있다. 호흡수련을 강조하였고 몸 안의 모든 노폐물을 제거하고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이러한 호흡조절이 발전하여 단전호흡의 형태로 현대에도 일반에게 보급되고 있다. 신체의 단련을 위한 도인술로는 몸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기를 보존하기 위한 운동요법으로 역근경·팔단금·오금희 등이 전해지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정부 수립 이후 국민건강체조인 태극권과 같은 기공요법을 보급하여 크게 성행하고 있다. 남녀 간의 육체적 결합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정(精)을 보하고 기(氣)를 키우는 방중술은 기본 원리가 채음보양에 있으며 소녀경, 채녀경, 황제내경 등을 통하여 일반에게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도교의 장생술은 도교의 신봉자만이 아니라 유학자들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청정한 곳에서 은일하게 지내는 청정무위의 생활보다 스스로 노력하여 건강을 다지는 자강유위를 생활규범으로 삼았으며, 우리나라 유학자들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퇴계선생도 신체단련을 위한 활인심방을 개발하여 중화탕, 화기환과 도인술과 같은 체조요법을 스스로 실천하였다.

불로장생술이 불로초보다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부작용 측면에서 보다 안전하다는 기대치 때문이다. 또한 고가의 경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였다. 불로장생술은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으로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도 널리 활용할 수 있기에 섭생, 도인, 복기의 생활방식이 보급될 수 있었다. 도교 장생술의 중요한 요체 중의 하나는 깊은 산속에서 맑은 물을 마시며 몸의 기를 수련하고 본성을 북돋우는 행위로 생활환경의 공간적 특성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이 불로장생을 위한 생활습관과 거주환경에 대한 이상적인 목표로 사람들에게 전승되게 되었다. 따라서 세계적인 장수지역으로 코카서스산맥의 압하지아, 히말라야의 훈자,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또한 오키나와 북부 산악지역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보다 구체적 자료 없이도 널리 수긍하게 되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산간지방으로 번잡한 도회 지역과는 동떨어진 외진 곳이며 외부와의 소통이 적어 유행성 질병에서 자유롭고 맑은 물과 공기를 지닌 장소이다. 또한 경제적 여건이 궁핍하여 음식도 소식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도교 장생술에서 거론하는 은수서산에 살며 찬하복기하는 속성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지역들이 지금도 심각한 환경적 문제를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이상향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지역의 특성을 굳이 과학적 해석으로 추가할 수 있는 의미는 외진 산간이기 때문에 오염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일상생활에서 운동량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언덕과 산을 오르고 내리며 살아야 하기에 심폐기능 활성화에도 자연스럽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교의 전통적 장생술이 제안하고 있는 생활습관과 거주환경의 특성은 사실 현대과학적 측면에서도 일부는 수용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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