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수요자 중심 개편···정보 디지털화에 속도낼 것”

2020-01-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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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국민에 맞춤형 서비스···디지털라이징 5개년 계획 착수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이 지난 10일 도서관장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회도서관의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의 규모와 역사에 맞게 발전·유지시키면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국회도서관으로 변모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지난 10일 도서관장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운영 목표에 대해 “도서관의 업무는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제22대 국회도서관장으로 취임한 현 관장은 수요자와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야당 몫의 도서관장은 대부분 정치권 인사들이 맡아 왔다. 현 관장은 경제학자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국회도서관 제2의 도약을 견인할 계획이다.

그는 “국회도서관은 기업과 달리 수익을 필수적으로 내야하는 조직이 아니고, 기업과는 분명히 다르다”면서도 “조직을 운영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원리는 같다”고 강조했다.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이라는 조직을 맡으면서 이 기관의 존재 이유와 역할부터 고민했다. 누가 사용하며 어떻게 접근되는지 파악해야 더 효율적인 구조로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요자를 터치하는 것”이라며 “공급자 논리에 빠지면 공급을 하는 과정에서도 수요자를 무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도서관의 이용자를 파악해 이에 맞는 서비스 구축을 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의 수요자를 크게 두 집단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국회의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민이었다. 현 관장은 “이 두 집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게 국회도서관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이라고 했다.

먼저 그는 “국회의원들의 입법지원기관으로서 국회도서관 이용이 의정활동의 결과에 직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관장은 “대의 민주주의제도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책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면서 “정책 입안 및 입법을 위해 정보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면 국회도서관이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국회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수 의원에게 상을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전략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현 관장의 생각이다.

대(對) 국민적인 거리감 개선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 이용에 돈이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 거리감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인 불신”이라며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거리감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가 붙은 도서관은 이름 자체에서 ‘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하루 평균 4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는 국회도서관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선입견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거리감 해소의 일환으로 현 관장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은 문화·예술과의 ‘융합’이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로만 주로 소모되는 강당과 야외 공연장을 적극 활용해 국회도서관이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인식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 관장은 “재즈 음악, 북 콘서트 등 각종 전시 및 강연을 개최해 남녀노소 누구나 책과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책과 문화는 무조건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화와 예술의 출발점은 책이고, 국회도서관이 예술·문화 활성화로 가는 하나의 핵심이 된다면 경제적 관점인 기업가·혁신 정신과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고 했다.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래사업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빅데이터 구축과 정보의 디지털화는 향후 국회도서관 운영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했다.

특히 “국회도서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료의 디지털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회도서관은 지난해부터 ‘전자도서관 원문DB 구축 중장기 계획’을 시작했다.

현 관장은 “도서관의 정보제공 방식이 무조건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은 도서관 정보의 일부분이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정보는 텍스트도 있지만 동영상도 있고 여러 형태와 매체가 있는데 결국 국회도서관의 경쟁력 평가는 IT(정보·통신) 정보 산업 수준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도서관의 정보 디지털화에 현 관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유리한 환경이 있어서다.

현 관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집산 부분에서 대외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국회도서관은 과거 종이매체를 통해 정보를 제공했지만, 앞으로 국회도서관이 정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마무리가 되는 5년 뒤 시점에는 국회도서관 보유장서 679만권 대부분이 디지털화가 돼 있을 것이라고 현 관장은 전망했다.

그는 도서관 디지털라이징 사업추진에 국회의 지원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현 관장은 “책에 대한 애정이 많은 문희상 국회의장 덕분에 국회도서관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의 디지털화 사업이 완성돼도 수요자인 국회의원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 관장은 국회도서관의 최종목표로 구글과 같은 수준 높은 검색서비스의 제공을 지향했다. 즉 국회의원의 입법활동 과정에서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손쉬운 정보의 접근이 가능해야 진정한 디지털라이징이 완성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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