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속 요리·청소는 여자만?…업계 "개선의지? 글쎄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홈쇼핑 '정관장 홍삼정마일드 센스', 공영 홈쇼핑 '완도전복大(대) 18마리', 홈앤쇼핑 '홍진경 더김치' 판매광고 장면. 여성들은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고 있으며, 남성은 주로 음식을 맛보고 일 또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서울YWCA 제공]

홈쇼핑 채널 속 여성들은 요리나 청소하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매년 일정기간 방송심의 교육과 성차별 금지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해명이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개선 의지는 엿보이지 않아, 이런 식의 방송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YWCA가 작년 10월23일부터 31일까지 주요 홈쇼핑 채널 7개(GS홈쇼핑·CJ오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공영홈쇼핑·홈앤쇼핑)를 합쳐 총 60시간 동안 모니터링 한 결과 성차별적 사례는 21건이었다. 성평등 사례는 1건에 그쳤다.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방송 사례’가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홈쇼핑에서 가전이나 식품을 판매할 때, 여성은 음식을 준비하거나 청소하는 등 가사 전담자로 등장한 반면 남성은 시식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역할이었다. 홈쇼핑에 등장한 모델 200명의 역할을 분석한 결과 가사 일을 하는 모델 23명 중 22명이 여성에 달했다. ‘외모에 대한 평가’는 5건이었고 ‘성적 대상화’도 1건 있었다.

업계에서는 각 사별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분기 1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역할 관련 웹교육을 진행 중이다. 특히 방송 스텝들과 쇼호스트들은 매월 사내 심의팀 주관으로 방송 시 주의해야할 점과 외부 지적사항들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서울YWCA에서 지적된 내용들은 사내에 공유됐고 방송 스텝을 중심으로 주의 깊게 연출해야겠다는 인식들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이번 지적에 대한 공식적인 조치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이인영 "반드시 검찰 개혁 완수…국회가 대답할 차례"

롯데홈쇼핑은 년 4회 MD·쇼호스트 등을 대상으로 방송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과대·과장표현, 근거 불확실한 표현, 저속한 언어사용 등 기준을 중점 교육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서울YWCA의 발표는 주관적인 부분이 있다”며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개선하겠지만 서울YWCA의 지적 내용을 적극 고려해 반영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GS홈쇼핑은 성차별 금지 등을 위해 ‘공정방송커미티’를 내부적으로 운영 중이다. 공정방송커미티는 월 1회 진행되며 공정방송센터장 주관 하에 관련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방송 표현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수립 및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심의 위반행위에 대한 징계도 한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최근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에서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심의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임직원들의 교육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YWCA 관계자는 “홈쇼핑 주요 시청층인 40~50대 여성들은 성역할 고정관념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디어가 다양한 세계와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재현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 33조(차별금지 등) 2항을 신설해 판매방송에서 성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규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