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SA-15' 두 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전했다. 일명 '토르'라고 불리는 이 러시아제 미사일은 비행기와 헬리콥터 등 공중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설계된 단거리 미사일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관련 레이더 자료를 입수해 하루 동안 검증 작업을 거쳤다고 매체는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정부가 여객기 추락이 이란의 '우발적' 격추로 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3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여객기는 지대공 미사일 2발의 신호가 감지됐을 때 이륙한 상태였으나, 직후 여객기 부근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는 8일 오전 6시 12분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지 몇 분 만에 추락했다. 탑승자 176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란 당국은 기계적 결함과 엔진 화재를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이번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캐나다 역시 이란의 실수로 인한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희생자 중 약 3분의1이 캐나다 국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캐나다 자체 정보당국과 동맹국들에게서 확보한 다수의 정보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의는 아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과 관련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재난당국이 사고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블랙박스 제공을 두고 미국과 이란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사고조사를 위해 블랙박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란은 미국에 블랙박스를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