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사고조사 두고 美·이란 '신경전'…"협력하자" vs "블랙박스 안 줘"

2020-01-0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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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우크라항공 보잉기 블랙박스 미국에 제공 거부

이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 조사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 사건을 면밀히 추적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떠한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면서도 어떤 주체와의 협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미국에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한 이란을 향한 협력 요구로 풀이된다. 

AFP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여객기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한 이란의 완전한 협력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은 우크라이나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으나, 미국에는 블랙박스를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리 아베드자데흐 이란 민간항공기구 대표는 "우리는 블랙박스를 제작사(보잉사)나 미국인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항공사고 조사에 관한 규칙은 국제민간항공협약인 시카고협약에 명시돼 있으며 조사 책임은 항공사고가 발생한 국가에 맡겨져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이 조사를 맡지만, 항공기를 제조한 국가와 항공기를 운항한 항공사의 소속 국가도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보잉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고 조사기관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관여할 수 있고, 제조사의 전문가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AFP는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란의 블랙박스 제공 거부는)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여객기에 탑승했던 167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한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암 호메니이 공항 인근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든 모습. [사진=테헤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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