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최태원 SK 회장이 2일 파격 신년회를 열었지만 세간의 관심은 그와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진행 중인 이혼소송에 쏠려있다. 이번 신년회 주제는 그가 수년째 강조하는 ‘행복 경영’이었다. 노 관장도 최근 남편이 원하는 사적인 행복을 위해 이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젠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계 3위 그룹 총수와 대통령 집안 딸이 벌이는 이번 이혼소송은 재산 형성 기여도와 정치적 영향력 등을 둘러싼 셈법으로 가득할 전망이다.
◆SK수장 최태원-대통령 딸 노소영, 그룹 지분두고 다툼
결혼 27년만인 2015년 12월 최 회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내연관계에 혼외자도 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두 사람 관계는 금이 갔다. 본격적인 이혼 절차는 최 회장이 2017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노 관장과 합의하지 못해 소송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노 관장은 페이스북에 심경을 밝힌 지난달 4일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이 낸 이혼소송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다. 그는 위자료 3억원에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 42.3%를 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8.44%다. 이 가운데 7.8%를 요구한 셈이다. 현재 노 관장이 보유한 SK 지분율은 0.01%에 불과하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최 회장 지분 18.44%가 형성되는 과정에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다. 둘째는 SK C&C를 거쳐 SK로 통합된 대한텔레콤 지분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최 회장 지분은 대한텔레콤이 기원이다. SK가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1991년 만든 선경텔레콤은 이듬해 대한텔레콤으로 이름을 바꾸고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얻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노태우 당시 대통령 사위라는 이유로 특혜 논란이 일자, 최종현 당시 회장이 사업권을 포기했다.
SK 이동통신 사업은 1994년 KT 소유였던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다시 시작됐다. 기존 대한텔레콤은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하며 1998년 SK C&C로 이름을 바꿨다. SK C&C는 2015년 주식 교환으로 지주사에 흡수합병돼 사업형 지주사 SK로 운영되고 있다. 최 회장은 1990년대 대한텔레콤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SK그룹 성장에 노소영 일가 영향력 인정여부가 관건
이 때문에 SK 성장을 두고 노 관장 영향력이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소송의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구체적 재산 분할비율은 가정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맞벌이형·가업협력형·전업주부형 등 혼인 생활 실태와 재산형성·유지에 기여한 정도, 부양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량으로 쌍방 기여도를 정한다.
이때 유책성은 원칙적으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동거 기간이 길고 분할 대상 종류가 적을수록 재산분할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보통 결혼 생활을 오래 한 가정주부가 분할 대상 재산의 50%를 갖게 된다. ‘오래’라는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10년 이상이면 결혼 생활이 오래됐다고 본다. 재산이 줄지 않고 증식하는 데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도 중요하다.
우선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합병처럼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지점이 재산분할 기준으로 작용될 지에 대한 공방이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온다.
원칙적으로는 분할 대상 재산별로 분할 비율을 다르게 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비율을 다르게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의 크고 작은 경영상 판단마다 노 관장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변호인단이 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사안별·쟁점별로 기여도를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노 관장 변호사단이 사안별·쟁점별로 기여도를 입증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기여도를 재판부에서 판단할 것이라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SK그룹 성장에 노 관장 개인 공헌을 넘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씨 일가’ 영향이 어느 정도 참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B 변호사는 “장인 영향도 있었지만 결국 노 관장과의 결혼으로 인한 영향이지 않겠느냐”며 “그것을 별개로 본다는 건 너무 기교적이지 않느냐”고 했다. A 변호사도 재판부가 이런 내용을 완전히 배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기여도 산정에 있어 참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 관장이 요구하는 재산이 주식이라는 점에서 재산분할 시점을 혼인파탄이 대중에 알려진 때로 봐야 하는지도 관심이다. 대법원은 분할 대상 재산을 확정하고 가액 산정하는 시점을 사실심 변론 종결 때로 본다. 하지만 노 관장이 분할을 요구하는 재산은 SK 주식이다. A 변호사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정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소심 변론이 종결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이 시점이 재산분할 기준 시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최 회장과 노 관장 혼인 생활이 2015년에 파탄에 이르렀다고 본다면, 금융재산처럼 쉽게 증감·변동하는 재산은 파탄 당시를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부부 전체 재산을 기초로 판단하면서 SK 주식이 최 회장 특유재산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문제도 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과 결혼 이후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다. B 변호사는 “(노 관장이) 주식을 달라는 것은 본인이 구하는 금액 상당의 주식을 달라는 의미”라며 “특유재산 감소를 방지하거나 늘리는 데 이바지했다면 그것도 분할재산에는 들어온다”고 말했다. 장기간 혼인했을 경우 특유재산도 낮은 비율로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 관장 기여도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노 관장은 SK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노 관장 요구 사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소영 외부활동 늘려···동생 노재헌 국내 활동 눈길
이혼소송이 한창인 가운데 노소영 관장 남매가 대외 활동을 늘려 관심을 끌고 있다.
노 관장은 최근 광주와 전남을 찾았다. 그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달 24일 전남 화순에 있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열린 소아암 환우를 위한 공연인 ‘요술부채와 심술이’를 관람했다. 이 병원에 있는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닥종이 인형 200개와 학용품 등도 선물로 나눠줬다. 특히 빨간 재킷에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직접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줘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날 개인 일정을 이유로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달 10일엔 전남대병원 어린이병원 문화행사에 써달라며 병원 측에 성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노 관장이 전남대병원에 후원금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관장 남동생인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이 국내 활동 폭을 넓히는 것도 눈에 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이자 미국 변호사인 노 원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광주를 찾았다. 8월 방문에선 5·18민주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참배했다. 그는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는 방명록도 적었다. ‘5·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직계가족 가운데 5·18민주묘지를 직접 찾아와 사죄한 사람은 노 원장이 유일하다.
이어 지난달 5일에 광주 서구에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전시물을 관람하고, 방명록에 “노재헌.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같은 날 광주 남구에 있는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민주화운동 유가족에게 직접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노 원장은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 아버지께서 직접 광주 비극에 대해 유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병석에 계셔서 여의치 않다”면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하겠다”며 밝혔다.
노 원장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헝가리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10월 주한헝가리대사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헝가리혁명기념일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한국과 헝가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주한헝가리문화원 개원식에 얼굴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