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주간은 이와 함께 1950년대생들이 무대를 떠날 예정인 2022년의 20차 당대회에 새로 떠오를 샛별들인 1970년대생 40대 지도자 그룹의 선두에 중국의 대외투자를 총괄하는 중신(中信)그룹 부사장 출신 금융전문가로 최근 내몽고자치구 부주석 자리에 투입된 황즈창(黃志强·1970년 6월생), 톈진(天津)직할시 부시장에 발탁된 미 베네딕트 대학 관리학 석사, 동북사범대 경제학 박사 출신 롄마오쥔(連茂君·1970년 11월생),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으로 당 중앙기율심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 감찰조장으로 임명돼 주목을 받은 경제학 박사 푸위페이(蒲宇飛·1971년 10월생) 등 세 사람이 각각 금융, 첨단기술농업, 법률전문가에서 행정관리 분야로 발탁돼 빛을 발하고 있는 뉴리더들이라고 소개했다.
현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1953년생으로, 내년에 창당 100년을 맞는 중국공산당 내에서는 ‘제5세대 핵심 지도자’로 분류된다. 제1세대 핵심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제2세대는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제3세대 장쩌민(江澤民·1926~ ), 제4세대 후진타오(胡錦濤·1942~ )에 이은 제5세대의 핵심이 시진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2022년 당대회를 통해 등장할 1960년대생 핵심 지도자 그룹은 ‘제6세대’, 2032년에 등장할 1970년대생 핵심 지도자 그룹은 ‘제7세대’로 불리게 된다.
중국 정치를 분석하는 중국 안팎의 차이나 워처들은 2012년 당 대회를 통해 첫 번째 5년 임기의 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이 2017년 10월의 당대회에서 두 번째 당총서기로 선출되고, 2018년 3월 두 번째 5년 임기의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했다고 관측해왔다. 당시 국회의 역할을 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조항’을 삭제함으로써 2023년 세 번째 5년 임기의 국가주석으로 선출될 길을 열어놓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인대 대변인 장예수이(張業遂)는 3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3연임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중국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는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의 임기에 관해 ‘연속해서 두 번을 초과해서 임명될 수 없다’는 제한규정이 없는 반면,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에 관한 조항에는 그런 표현이 들어있어 이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안팎에는 “시진핑이 장기 집권의 문을 열어놓았으며 제2의 마오쩌둥이 되려고 한다”는 파문(波紋)이 일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당사무국)은 지난 12월 4일 ‘2019~2023년 전국 당정 영도 그룹(領導班子) 건설 계획 요강’을 발표,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과 20차 당 대회가 열릴 2022년이 포함된 기간에 당이 어떤 지도급 인사 그룹을 형성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공개했다. 이 지침 공개는 시진핑이 발표 형식과 시기를 좀 달리하긴 했으나 자신의 후계자 그룹 형성에 관한 구상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해주었다. 이 요강은 “앞으로 형성될 지도자 그룹 인사들은 ‘시진핑 시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를 잘 받아야 하며, “정치에 강할 것(政治上强)”, “투쟁 경험(鬪爭考驗)이 있을 것”, “청렴할 것(廉潔自律)” 등이 새로운 지도자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령구조를 잘 조정해서, 노년, 중년과 청년이 상호 결합될 것(老中靑相結合)”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1976년 9월 독재자 마오쩌둥이 죽자 국방부장 예젠잉(葉劍英)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사상해방(思想解放)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당의 기본 정신으로 채택한 뒤 마오의 급진적 사회주의 국가 건설 방침을 ‘보수 좌파 사상’으로 규정하고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을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시스템으로 개조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 작업에 나섰다. 덩샤오핑은 자신의 개혁작업에 최대의 장애물이 막후에서 현실정치를 좌우하는 80대들의 수렴청정 체제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연경화(年輕化)’ 원칙을 제시했다. 덩샤오핑이 후계자로 지목한 장쩌민은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당 내부합의를 끌어냈다.
최근 미 스탠퍼드 대학 후버연구소 소속의 중국학 권위자 앨리스 밀러가 “The age 68 retirement norm”이라고 번역한 ‘칠상팔하’는 당과 국가의 중요한 직위에 67세까지는 임명될 수 있지만, 만 68세가 되면 어떤 경우든 불가능하게 한다는 합의를 말한다. 1926년생인 장쩌민이 2002년 당 총서기를 두 번 역임한 뒤 물러난 일이나, 1942년생 후진타오가 2012년 당총서기와 국가주석을 연임하고 깨끗이 물러나게 만든 것이 바로 연경화와 칠상팔하 합의였다. 덩샤오핑은 정적(政敵) 천윈(陳云·1905~1995)은 물론, 절친 보이보(薄一波·1908~2007)도 현실정치에 대한 모든 간섭을 끊고 자신과 함께 수렴청정의 뒷그늘에서 멀리 물러나도록 했다.
만약 시진핑이 현재의 두 번째 임기를 넘어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에 눌러앉기를 시도한다면 중국 정치에는 덩샤오핑이 혁파한 원로들의 수렴청정이 30년 만에 다시 부활할 판이었다. 그러나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조항 삭제가 이뤄진 직후인 2018년 4월 영국 권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진핑이 “종신집권에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시진핑이 당시 이뤄진 중국 관리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의사를 피력했다고 모임에 직접 참석했다는 소식통을 인용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시진핑이 ”외국 관측통들이 주석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한 중국 헌법개정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아울러 전했다.
실제로 2019년 최신판 중국공산당 당헌 제38조는 “당의 각급 영도 간부는 민주선거 방식으로 선출되든, 지도기관에 의해 임명되든 그 직무는 종신(終身的)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연령과 건강 상황이 적절하지 않은 간부들은 국가의 규정에 따라 퇴임해야 한다”는 준엄한 표현도 붙어있다.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3연임 금지 표현을 삭제한 의도는, 어차피 헌법보다 더 먼저 제정된 당헌 38조의 규정에 따라 당총서기든 국가주석이든 3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시진핑은 오는 2022년 20차 당대회 때 70세가 되며, 체중 과다에 의한 통풍으로 다리를 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건강상태로, 3연임 총서기로 75세까지 권좌에 앉아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앨리스 밀러도 이미 2016년 겨울에 발표한 중국공산당 정치국 구성 분석 논문에서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만든 (정치)제도를 변형시킬 인물(deviant)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제시했다.
현재 25명인 정치국원들 가운데 칠상팔하라는 연령의 벽을 넘어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해서 당총서기직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천민얼, 딩쉐샹, 후춘화 세 명뿐이었다. 천민얼은 시진핑 총서기가 저장(浙江)성 당서기 재직시절 눈여겨봐두었던 인물이다. 천민얼은 현재 인구 4000만명 규모의 최대 직할시 충칭시에서 당위원회 서기로 실무경험을 쌓고 있는 인물이다. 딩쉐샹은 시진핑이 외국 방문을 하거나 외국 정상을 접견할 때 반드시 배석시켜 외교 경험을 쌓게 하고 있는 인물이다. 후춘화는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가 공산주의청년단에서 발탁해서 키워오다가 시진핑에게 후임자로 강력 추천한 인물이다. 후춘화는 내몽고 자치구 당서기 시절 무려 1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누가 2020년대 중국을 이끌 당총서기로 선출될지, 누가 총리직무를 수행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세 사람을 포함한 제6세대 별들이 2020년대의 중국 하늘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