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업계는 정부 의도대로 시장 과열의 급한 불은 꺼졌을지 몰라도 규제망을 벗어난 단지들을 중심으로 수요층이 몰릴 수 있는 만큼, 이번 아파트값 둔화세가 안정세로 직결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1월 11일 0.09%를 기록한 이후 △11월 18일 0.1% △11월 25일 0.11% △12월 2일 0.13% △12월 9일 0.17% △12월 16일 0.2%로 매주 상승폭을 키워왔다. 특히 대책이 발표된 이달 16일 0.2%는 올 들어 최고치 상승률이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12·16 대책 여파로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오름폭이 크게 꺾였다. 아직까지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매물을 출시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대체로 시장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업계 역시 이번 12·16 대책이 기습적으로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양도세 제도 보완 등 고강도 규제책이 담겨 있는 만큼 시장에 미친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 대치동 N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간 발표된 대책은 어느 정도 예고되다 보니, 시장도 이에 대한 대비가 가능했는데 이번 12·16 대책은 그렇지 않았다"며 "강남권 일대에 9억원 및 15억원 이상의 아파트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지 않나. 일단 이들 아파트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다 보니, 당장 매수 문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 역시 "12·16 대책은 강도가 상당히 센 편에 속한다. 대책이 단기간 수요를 차단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며 "게다가 서울 아파트값은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상승해 이에 따른 피로감도 쌓였다. 또 다주택자 한시적 양도세 완화에 따른 일시적 물량 증가도 상승세 둔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 아파트값 둔화가 안정세 시그널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책이 고가 아파트 급등세 제어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에 따른 풍선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이는 대출 규제로 매수 루트가 막힌 고가 아파트 거래 감소에 따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구, 노원구, 동대문구 등지는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더욱 몰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하락반전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또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대책이 워낙 고강도로 구성돼 지금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된 거지, 상승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다가 내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 면제로 다주택자들도 아직 여유가 있는 점, 내년 총선이 있는 점도 주택 시장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이번 12·16 대책은 종합 대책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매수 장벽을 높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하지만 서울 시내 중저가 아파트, 수도권 일대 대출 규제가 덜한 아파트 등은 풍선효과로 인해 충분히 가격 갭 메우기 현상을 보일 수 있다. 또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신축 및 기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는 점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