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 SK, 텔레콤 중심 지배구조개편…워런 버핏이 보인다

2019-12-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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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SK그룹-2 : 버크셔해서웨이 성장 원천 ‘현금흐름’과 오버랩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SK그룹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 중심은 SK텔레콤이다. 통신업은 그 특성상 설비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 등이 막대해 기업가치가 오르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현금흐름 측면에서 보면 최고의 산업이자 기업이다. 마치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를 연상시킨다. 향후 그룹 보폭을 넓히기 위한 핵심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배구조개편은 내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핵심은 SK텔레콤이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후자에 무게가 쏠린다. 물적분할 후 SK㈜와 SK텔레콤이 합병하면 SK㈜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지분이 희석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SK㈜ 손자회사로 남게된다.

SK하이닉스가 특정 자회사를 편입하려면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진다.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를 SK㈜와 합병하고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 향후 사세 확장을 위한 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에도 긍정적이다.

◆SK그룹 성장 동력 ‘M&A’

SK그룹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 중심에는 늘 M&A가 있었다. 지난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시작으로 이후 SK에너지의 인천정유 인수 등이 진행되면서 현재까지 국내 재벌 중에서도 그 몸집을 빠르게 불린 곳으로 꼽힌다. 특히 SK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수’이자 그룹 DNA를 고스란히 드러낸 거래로 꼽힌다.

물론 모든 M&A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사업 부문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다만 이러한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딜(deal)은 성공했다.

SK그룹이 M&A를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연 ‘현금흐름’이 꼽힌다. 그 중심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있다. 두 기업은 일명 ‘장치산업’에 속한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그 명맥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금흐름도 꾸준히 이어진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와 환율 등에 따른 변수, 호황과 불황 국면에 따라 실적이 변동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다. 업계 시장점유율 1위, 대부분의 국민이 매달 휴대폰 요금을 납부한다는 점, 요금제 등을 통한 실적 변동성 축소 등이 장점이다.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사이트 캡쳐]


◆버크셔해서웨이 성장동력 ‘현금흐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주사이자 투자회사다. 성장 배경에는 ‘보험업’이 있다. 지난 2010년 버핏은 주주서한을 통해 “손해보험 산업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성장동력”이라며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은 나중에 지불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보험 계약들이 체결되고 지불되는 일이 반복되지만 전체 플롯(Float, 수입과 지출 시차에서 생기는 여유자금) 규모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플롯이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원천이다. 섬유회사로 출발했지만 보험업을 주력 업종으로 바꾸고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 각종 산업과 기업에 투입했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버크셔해서웨이는 가치투자의 대가인 버핏과 ‘상생’하며 지속 성장을 이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많은 투자자들이 워런 버핏을 롤모델로 삼지만 출발 지점부터가 다르다”며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도 생각하지 못한 자금조달 방법을 고안해 세계 최고 부호 중 한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은 버핏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라고 평가했다.

◆SK그룹, 한국판 버크셔해서웨이가 될 것인가

SK그룹이 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개편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로 ‘투자’가 지목된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M&A에 대한 제약을 없애는 것은 물론 SK㈜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공격적 확장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성공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기업가치도 높아지게 된다. 국내 재계에서 SK그룹이 현대차그룹은 물론 삼성그룹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제조업 기반이지만 SK그룹은 국가 기간산업 기반으로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며 “현금흐름 규모가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투자를 통한 확대 부문에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M&A를 통해 성장해온 만큼 관련 부문 경험도 풍부해 그룹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 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미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다. 버크셔해서웨이에 견줄 규모는 아니지만 그 출발점에 섰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 중심 지배구조 개편은 성장에 탄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그룹 지주사들은 대부분 순수지주사로 ‘저평가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이 지주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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