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도요타는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기본급을 올리는 '베이스업(base-up)' 방식의 임금인상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대격변 속에 이대로는 인재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도요타가 임금체계 수술에 나설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가 26일 전했다.
최근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자율 주행, 차량 공유, 완전 자동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재편되면서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세대 기술 지원과 인재 확보를 두고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으로 대표되는 일본식 고용체계는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켜 인재 유치에 사활이 걸린 미래산업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일었다.
도요타 역시 중국이나 서양 경쟁사에 자율 주행 등과 관련해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도요타 경영진은 앞서 "직원 전체에 일률적으로 임금을 인상할 필요성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무나 근속 연수를 기준으로 미리 정한 임금 테이블에 따라 일률적으로 기본급을 올리는 '베이스업' 방식은 직원들 간 임금 인상폭에 극단적인 차이가 없는 일본형 임금인상 제도의 대명사다. 그러나 임금인상 제도가 성과 중심으로 바뀌면 앞으로는 평가에 따라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경우도 나올 전망이다.
제조업에서 일본 최대 규모(조합원 약 6만9000명)를 자랑하는 도요타 노조의 판단은 전후 시절부터 이어진 일본의 연공서열 임금제에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에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개인의 동기부여와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고용제도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은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봄 노사협상의 중점 과제로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와 종신고용 재검토를 내걸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를 본격화한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엔화 강세(엔고) 여파로 일본에서는 한동안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소극적이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 정권은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내세운 채 재계에 임금인상을 요구해왔다. 임금인상이 수요를 창출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압력과 '관제 춘투'에도 불구하고, 일본 재계는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임금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