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앙드레 김'과 'BTS'

2019-12-26 00:05
  • 글자크기 설정

-김유주 닉스 대표

학창시절 사회 과목 선생님께서 문화를 설명하면서, 꼭 예시로 드는 것 중 하나가 ‘패션’과 ‘대중음악’이었다. 명품이라는 칭호가 붙는 소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는 문화 수준도 높을 것만 같은 느낌을 어린 시절 받았다. 혹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면 패션과 대중음악을 문화적 자존심의 척도로 보는 견해들도 많은 것 같다. 필자의 어린 시절 소자의 눈으로도 미국의 팝 음악은 세련되고 선진화된, 범접할 수 없는 성역처럼 느껴졌었다. 그런 팝 음악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어로 된 음악이 ‘뮤직어워드’에서 가장 핫한 음악으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한국의 자랑스러운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환호성이 가장 큰 것을 보게 되면서, 울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사람들 중 BTS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며칠 전 80세가 다 되신, 필자의 아버지께서도 BTS를 언급하시는 것을 보면서, BTS의 세대 추월적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철옹성처럼 단단하고 높아 보였던 미국의 팝 음악 시장에서, 팬심의 주축이라는 젊은 보이그룹, 한국의 보이그룹이 빌보드 200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 BTS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BTS는 작년 한 해 5조6000억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것을 보면, BTS의 인기에 따른 국내 브랜드의 직·간접적 판매 증가 효과는 의류 부분만도 2조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BTS 효과는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결과를 주었다. 하지만 효과가 가장 적었던 분야가 패션·의류 분야였다. 한류는 K뷰티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중에서도 화장품은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록한 대표적 경우다. 최근 국내 대박 M&A 시장의 잭팟도 화장품 분야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명품이라는 칭호를 얻는 한국의 의류브랜드가 K뷰티의 영향으로 수직적인 매출 증대를 일으킨 경우나, 눈에 띄는 패션 브랜드의 등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실 한국의 대중음악을 비롯한 K뷰티가 알려지기 전에 한국을 알렸던, 세계인에게 알려졌던 패션 브랜드,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지금도 30대 이상 청·장년과 노년층에게 가장 이름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앙드레 김’ 선생님을 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한국 사람 치고 10년 전까지 앙드레 김 선생님을 모르는 분이 있었을까. 사실 ‘앙드레 김’은 그 자체가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도 디자이너의 이름을 모티브로 지어진 경우를 볼 때, 명품 ‘앙드레 김’이 BTS처럼 세계 무대에 다시 서게 된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한다. 순백의 패션쇼와 선생님의 캐릭터가 아닌 브랜드 가치로 인정받는 세계적 패션브랜드가 나온다면, K컬처 궁극의 퍼즐이 맞추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앙드레 김 선생님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였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두 차례나 ‘앙드레 김 데이’를 선포했다. 한국에 오는 외교사절은 '앙드레 김' 옷을 입는 것을 즐겼고,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마이클잭슨도 앙드레 김 선생님의 디자인에 매료되어 수십 벌을 미국으로 공수하기도 했다.

선생님 사후 현재는 아들이 그 유지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앙드레 김 선생님의 옷이 새로운 세대의 영웅인 BTS가 입는다면, 예전의 영광을 누린 레전드와 현재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스타가 함께한다면, 무엇인가 가슴 뭉클함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최근 앙드레 김 선생님의 아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아버지의 이름을 훌륭히 이어가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함께 차기 브랜드에 대한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았다. 앙드레 김 하면, 한국 패션의 자존심 같은 생각이 든다. BTS가 이미 한국의 얼굴이자, 프라이드가 된 것처럼. 한국의 자신감을 패션 분야에서도 키워냈으면 좋겠다. 그 힘을 BTS가 북돋아 준다면···, 선생님의 중후한 인상과 인자한 웃음이 티 없이 깨끗한 BTS 멤버들의 환한 미소와 함께 오버랩된다. 2020년은 앙드레 김 선생님께서 떠나신 지 딱 1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에 맞는 큰 행사들이 많이 준비된다고 하는데, 그 자리를 BTS가 빛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꿈꾸어 본다.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서 한다면 더 뜻깊지 않을까 한다.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유주 닉스 대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