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윤모 대리(32)는 이 같이 말했다. LG화학·LG전자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 20일 종무식 이후부터 이달 31일까지 연말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주말과 내년 1월1일까지 포함하면 최대 12일 연속으로 쉴 수 있다. LG 측은 "일을 할 때 집중도와 성과를 높이고, 쉴 때는 확실히 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내부 직원들이 반강제성을 띄는 연말 휴가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LG직원인 김모 과장(37)은 "결국 연차 잔여분을 돈으로 환산해줄 수 없으니 전사적으로 연차를 소진하라는 의미 아니겠냐"면서 "적극적인 연차 소진을 장려하기 위해 타사보다 종무식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LG그룹 주력 '캐시카우' 계열사가 침체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설득력 높은 불만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를 맞은 LG화학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232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1조 9565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같은기간 LG디스플레이는 영업적자 1864억원에서 9375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LG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여전히 2조 3343억원에 머물러 전년동기 2조 6275억원 대비 11.2% 하락세다.
또 다른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CJ 계열사들이 크리스마스 이후를 '골든위크'라고 칭하며 내년 1월 1일까지 연차 소진을 장려하고 있다. CJ그룹 측은 "직원들이 재충전할 수 있도록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CJ그룹 역시 재무여건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 CJ제일제당 등 그룹 주요 계열사는 실적악화 및 부채비율 증가 등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10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급락하면서 연말 연차소진을 강력히 지시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연말 휴가를 독려하는 것이지만, 연차 미사용 수당 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연말 휴가를 반기는 직원도 상당수다. 연말 휴가를 사용해 베트남 여행을 떠날 예정인 하모 사원(28)은 "연차 잔여분에 대해 100% 수당으로 주는 회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은 휴가를 몰아써서 여행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