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국의 오삼일 과장과 강달현 조사역은 23일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서 "대졸 취업자 수 대비 하향취업자 수로 정의한 하향취업률이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엔 30%를 상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향취업이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뜻한다.
연구진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22∼23%였던 하향취업률은 올해 9월에는 30.5%로 상승했다. 시기별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하향취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배경에 대해 "고학력 일자리 수요가 대졸자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2000∼2018년 중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대학 전공별 하향취업률은 의약·사범계열이 10% 이내로 낮았지만, 인문·사회, 예체능, 이공계열은 30% 내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하향취업자 중 85.6%는 1년 후에도 하향취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4.6%만 적정취업으로 전환했다"며 "이는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도 2004∼2018년 평균 177만원으로, 같은 기간 적정취업자 평균임금 284만원보다 38% 낮았다.
보고서는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며 "하향취업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 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