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중국에 이어 베트남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인접한 중국, 태국 등에 비해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BMI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2016년 베트남 제약시장 규모가 약 47억 달러(약 5조4600억원)에서 지난해 59억 달러(약 6조8500억원)로 집계됐다.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1%씩 성장해 70억 달러(약 8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에는 인구 9300만명의 거대 시장과 최근 높아지고 있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한몫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지분인수 전략을 통해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 2017년 대웅제약은 현지 제약업체 트라파코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고,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베트남 법인 설립을 목표로 우선 베트남 사무소를 세웠다. 또 고온다습한 현지기후를 고려해 살충제 ‘해피홈’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유한양행은 이를 발판으로 현지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전문의약품과 종합비타민제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현지 업체에 370만 달러(약 43억원) 규모의 개량신약인 소염진통제 ‘클란자CR정’을 공급했다. 또 종합비타민제 홈타민도 베트남 시장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홈타민은 해외에서 판매중인 종합비타민제로, 베트남 현지 어디에서나 손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외국기업의 시장 진입이 매우 까다로운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외국 기업의 경우 베트남에서 의약품을 유통·판매하기 위해서는 유통대리인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JW중외제약과 대웅제약이 현지 제약업체의 지분인수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최근 베트남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개혁 및 외국인지분한도(FOL) 완화는 점진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출 전망이다.
베트남 의약품 관리국(DAV)의 의약품 허가 승인도 깐깐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제약의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에 공을 들였다. 베트남은 자국 내 공공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의 입찰 및 조달 품목을 정할 때 PIC/s 가입국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베트남 의약품 시장 공략을 위해선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 측은 “시장경쟁이 치열한 복제약 시장보다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의약품을 통해 제품력을 강화해 베트남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