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 HDC, '계동' 현대건설에서 분리…'삼성동'에서 현대차와 나란히

2019-12-2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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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HDC그룹-7] 汎현대 계열분리 이은 대변혁기

父 '포니정' 계승… 삼성동 랜드마크 사옥 눈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전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데일리동방]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그룹이 대변혁기를 맞았다. 20년 전 범(汎)현대가에서 계열 분리되며 HDC그룹사(史)의 첫 변곡점을 맞은 이후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을 그리고 있다. 사람 나이로 불혹, 43살 HDC그룹의 '인생 2막'이 열린 셈이다.

◆ '대권 참패' 정세영-정몽규… 건설업 첫 조우

HDC그룹 태생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일군 그룹 계열사 중 현대건설의 주택사업부가 분리돼 HDC그룹의 모태인 한국도시개발㈜을 설립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1947년 세운 현대토건사가 범현대그룹 시초로 1950년 현대건설로 사명을 변경한다. 한국도시개발이 현대건설의 일부인 점을 고려하면 HDC그룹은 현대건설과 동일 혈통이라 볼 수 있다. 범현대 뿌리가 HDC그룹의 모태와 상통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1976년 설립된 한라건설㈜은 10년 후 한국도시개발과 합병해 현재의 HDC현대산업개발㈜이 탄생했고, 1999년 8월 첫 번째 변혁기를 맞는다. 대한민국 재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른바 '현대그룹 계열 분리'에 HDC현산도 포함된 거다.

계열 분리의 핵심은 범현대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건지였다. 정몽규 HDC 회장과 그의 부친인 고 정세영 전 HDC현산 명예회장이 각각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현대차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자동차를 주특기로 수 십년을 현대차에 바친 정세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밥그릇'을 지키느라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세영-정몽규 부자의 참패였다.

왕좌에 오른 건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장자 직계' 정몽구 현 현대차그룹 회장. 이로써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네 번째 동생인 정세영 전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 정몽규 회장은 현대차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현대차의 포니 신화를 이룬 정세영 전 명예회장에게 닥친 시련은 더욱 가혹했다. 1987~1995년 현대차 회장, 1996~1999년 현대차 명예회장, 1998~1999년 현대차·기아차 이사회 의장을 각각 역임한 그에게 현대차는 곧 본인의 삶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정세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규 부자에게 떨어진 몫은 건설업이었다. 정세영 전 명예회장은 1999년 4월 HDC현산 명예회장에 오르고, 정몽규 회장이 회사 운영의 키를 잡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이 있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 창립이래 최대 격변기… 모빌리티그룹 도약

HDC현산 경영이 삐걱거릴 거란 시장 예상은 빗나갔다. 리스크가 큰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강남 압구정, 성남 분당, 인천 부평 등을 무대로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시동을 걸었고 연간 1만여 가구를 짓는 대형 건설사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2001년 3월 고급 주거공간 브랜드 '아이파크'를 선보인 HDC현산은 날개를 달았다. 업계는 "아파트는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라고 여긴 정몽규 회장의 지론이 현실로 구현됐다고 호평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와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는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이 됐다. 뛰어난 입지는 물론 외관과 조망 등 디자인을 주요 포인트로 삼겠다는 정몽규 회장의 구상은 건설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월 HDC㈜를 설립하며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HDC그룹은 창립 이래 최대의 격변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다. 연매출 7조원 규모의 아시아항공을 6조5000억원 수준인 HDC그룹이 인수한 것으로, 정몽규 회장의 경영로드맵에 이목이 쏠린다.

자동차에서 항공기로 분야는 바뀌었지만 부친 '포니 정'을 계승하며 종합 모빌리티 그룹을 꿈꿔온 정몽규 회장의 새로운 도전에 격려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 지주사, 아이파크타워로…신 강남시대 예고

HDC그룹을 돌이켜보며 한 눈에 각인되는 건물들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빼놓을 순 없다. HDC그룹의 지주사 HDC㈜가 사옥으로 사용중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역시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빠트려선 안 될 게 HDC그룹의 사옥 스토리다. 건물을 관통하는 직선디자인이 특징인 아이파크타워는 2005년 준공됐다. 그간 HDC㈜는 사업회사인 HDC현산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이파크몰에서 업무 공간을 공유해왔다.

HDC그룹은 그룹의 상징으로 꼽히는 아이파크타워에 지주사를 앉히며 '신(新) 강남 시대'를 열었다. 지주사 이전으로 정몽규 회장의 집무실도 삼성동으로 이전했다.

아이파크타워 옆은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로, 현재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인수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본사가 이곳으로 이전해 올 예정인 만큼 HDC그룹은 다시 현대차그룹과 바로 옆에 그룹 사옥을 위치하게 된다. 

아이파크타워는 당초 현재 규모보다 더 크게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HDC가 매입을 계획했던 부지 중 한 주택주의 매각 거부로 건설이 지체됐다. 결국 계획했던 부지 전체를 활용하지 못하고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이파크타워는 본래 HDC현산 사옥으로 쓰이다 2011년 현산이 용산 아이파크몰로 이전한 뒤 줄곧 임대 자산으로 활용됐다. 최근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이 이곳을 임차해 사용한 바 있다.

삼성동으로의 지주사 이전을 두고 일각에선 아이파크타워의 대규모 공실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8년 전 용산으로의 이전 때만 해도 용산아이파크몰의 공실 해결이 주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HDC그룹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 관계자는 "2011년에는 용산지역 자체가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옥 공실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라며 "삼성동으로 지주사가 이전한 건 당초 그룹의 유효자산이었던 아이파크타워를 활용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HDC그룹의 총자산 규모 보다 더 큰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건 43년 그룹 역사의 전환점이라 본다"며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설렘이 있는 반면 두려움도 공존하지만 그룹의 가치와 미션 수행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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