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매출 30만원이나 빠졌습니다. 여기저기 호소해 봐도 소용없고 저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16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편의점 CU 우장산역점 점주는 요즘 답답한 마음을 안고 산다고 토로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헬스앤뷰티(H&B)스토어 랄라블라에서 삼각김밥, 캔맥주 등 편의점 간편식을 판매한 지 벌써 두 달째다. CU 간편식 부문에서 하루 매출이 1만원씩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했다. 점주는 급한 마음에 랄라블라에 항의하고 BGF리테일 본사, 편의점산업협의회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방도를 찾지 못했다. 규제 사각지대인 만큼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다.
랄라블라는 우장산역점과 구로디지털점 두 곳에서 H&B스토어와 GS25가 한지붕 아래 동거하는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GS리테일은 지난달 24일 GS25 건대 후문역점에 랄라블라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는 형식으로 매장을 개편하기도 했다. 이곳 매장에선 랄라블라와 편의점이 24시간 동시 운영된다. 건대후문점에서는 기초제품, 색조제품을 비롯해 여성용품, 모발용품, 목욕용품, 비타민류 등 총 17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랄라블라는 모두 GS리테일 직영점이다.
이같은 이른바 ‘유사 편의점’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편의점업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과밀·근접 출점을 막기 위해 만든 자율규약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밀·근접 출점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점주들이 늘면서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와 편의점산업협회는 담배소매인 거래제한(50~100미터)을 출점기준으로 삼는 거래제한 자율규약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편의점은 4만 2258개로 4만개를 돌파했다. 인구 1226명당 1개꼴로 ‘편의점 왕국’ 일본(2249명당 1개)보다 2배 가량 더 밀집도가 높다. 그러나, GS리테일은 이날 11월말 운영 점포 수는 1만3899점으로 집계됐다면서 “총 매출, 단위 면적당 매출, 영업이익 등 모든 분야에서 업계 1위 자리를 굳혀가는 분위기”라고 홍보했다. CU 11월 말 기준 점포수 1만3820점(전월 대비 74개 증가)이다.
슈퍼마켓과 같은 100평 안팎의 대형매장의 편의점화도 문제다. 강남의 한 롯데슈퍼는 CU편의점과 불과 10m 거리에 있지만 ‘델리카페’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슈퍼지만 편의점처럼 도시락·즉석식품·컵라면 등 즉석식품을 조리해 판매, 취식 공간도 마련했다. 게다가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반값 판매’도 진행한다. 그러나, 거리 제한을 받지 않아 기존 편의점과 같은 건물이나 바로 옆에 들어와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자율규제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는데 대기업 그룹사가 편법을 행하며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면서 “슈퍼마켓(SSM)으로 출점하면 영업시간 규제라도 받는데 H&B스토어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버젓히 식품코너를 늘리며 편의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J올리브영에서도 소규모지만 자체브랜드(PB)로 판매하는 프로젝트H, 프로젝트D 같은 식음료가 언제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융합시대에 시장 포화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모든 편의점이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화장품과 의류, 택배서비스 등 서비스 무한확장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유통의 경계가 무너지고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하고자하는 고객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면서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임은 물론, 사업부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편의점과 H&B스토어가 결합된 형태의 매장을 테스트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에도 GS리테일은 GS수퍼마켓 광진화양점과 H&B스토어 왓슨스(현 랄라블라)를 결합한 매장을 선보였고, GS수퍼마켓을 주로 이용하는 중장년층 여성 고객과 랄라블라에서 쇼핑을 즐기는 젊은 여성 고객을 모두 끌어 들이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GS리테일 측 설명이다. GS리테일 측은 “향후에도 GS리테일은 각 사업부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고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이달초 편의점 GS25와 GS더프레시(구 GS수퍼마켓), 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3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유닛을 신설했다.
일부에서는 융합시대에 시장 포화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모든 편의점이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화장품과 의류, 택배서비스 등 서비스 무한확장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유통의 경계가 무너지고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하고자하는 고객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면서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임은 물론, 사업부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편의점과 H&B스토어가 결합된 형태의 매장을 테스트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