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맘스터치’ 다국적 될까···기업가 정신 사라진 외식시장

2019-12-16 03:16
  • 글자크기 설정

[이서우 산업2부 유통팀 기자]

“우리는 알고 보니 게르만 민족이었다.”

국내 배달 앱 점유율 1위인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지난 13일 ‘요기요’ 등을 운영하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500억원 규모로 매각된 이후 나온 씁쓸한 농담이다. 2010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란 슬로건을 앞세워 토종 기업으로 승승장구한 배민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 담긴 표현이기도 하다.

‘맘스터치’도 앞으로는 토종버거 성공 신화란 수식어를 붙이기 애매하게 됐다. 해마로푸드서비스가 운영하는 맘스터치는 사모투자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될 예정이다.

맘스터치 지사장들은 지난 12일 호소문을 통해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의 급작스런 사모펀드 매각결정은 그간의 노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진정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가맹본사와 초기 어려운 시절부터 한마음 한뜻으로 동고동락했다”고 강조했다.

매각 자체보다도, 정현식 회장의 ‘통보’에 가까운 결정이 소비자와 가맹점주를 혼란스럽게 한 것이다. 정 회장이 창업주로서 지속 경영 의지를 밝혀온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맘스터치는 2016년 스팩(SPAC) 제도를 통해, 외식 기업 가운데 두 번째 코스닥 상장 기업이 됐다. 2017년 브랜드 출시 20주년 간담회에서 정 회장은 직접 해외 진출, 두 번째 브랜드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2021년 5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청사진도 내놓았다.
 

정현식 해마로푸드 회장 [사진=해마로푸드서비스 제공]


그런데 상장 4년 만에 창업주는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겼다. 그동안 회사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 브랜드 ‘붐바타’는 흥행에 실패했고, 맘스터치의 해외 진출 성적도 저조했다.

위생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맘스터치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158건으로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맘스터치는 정현식 회장의 기업가 정신으로 시작했다. 기존 시장에 대한 도전과 확고한 경영철학으로 중무장해, 외국계 맥도날드와 대기업 롯데리아를 위협하는 토종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 잘 키워 좋은 값에 잘 팔고 끝이라면, 그는 더 이상 기업가가 아니라 장사꾼에 불과하다.

맘스터치 노조와 전국 11곳 지사장들은 고용안정과 현 가맹 관리 모델인 지사체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창업 당시 공들인 만큼, 다음 도약을 위한 이번 매각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토종 버거 프랜차이즈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아름답게 남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